상수원은 포기하자는 건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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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건설부가 추진중인 수도권 정비계획이 팔당상수원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건설부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의 하나로 현재 공장증설이나 택지개발을 제한하고 있는 수도권 안의 자연보전권역을 성장관리 권역으로 바꿔 각종 규제를 완화키로 하고 이를 10일 수도권정비 심의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이에대해 환경처는 이 지역이 성장관리 권역으로 바뀌면 각종 개발사업으로 해서 오·폐수가 증가해 팔당호 상수원의 오염이 심화되고 울창한 산림의 훼손으로 자연생태계 파괴 등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즉각 강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완화조치가 초래할 상수원 오염 우려에 특히 주목하고자 한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지금 건설부가 규제완화 대상으로 하겠다는 지역은 1천5백만 수도권주민의 식수를 공급하고 있는 팔당호의 수질보호를 위해 개발을 극히 억제해온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건축물과 유흥시설이 당국의 묵인아래 야금야금 늘어난 결과 현재도 식수원이 2급수와 3급수 사이를 오르내릴만큼 오염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임을 건설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이 지역에 더 많은 공해 공장과 시설물을 유치하려는 정부부서의 속셈은 무엇일까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재정을 확보하려는 자방자치단체의 고충과 현지 주민의 재산권 침해 실상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재정적 지원이나 손해보전의 방법을 강구해 해결해야 할 일이지 수도권 주민 전체의 건강을 해쳐도 어쩔 수 없다는 배짱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개발을 추진하는 측은 새로 들어설 공장과 시설물들의 오·폐수 방류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 공장과 시설들이나마 오·폐수가 현재 통제되고 있다면 팔당의 상수원 오염이 저토록 날로 악화되고 있겠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 약속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알 수 있다. 공장이 밀집해 있는 낙동강의 수질이 4급수로 전락해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할 지경이라는 사실에서 정부는 상수원 보호정책의 허구성을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개발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 입지를 선정하면서 최소한 상수원보호만은 제1의 전제조건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개발억제로 현지 주민이 보는 손해가 있다면 그것은 수혜주민의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보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복원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돈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의 환경정책도 사후에 오염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한다는 발상보다는 환경오염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원칙에 기초를 둬야 할 것이다. 「잘 산다」는 것은 호의호식만이 전부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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