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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억압받고 산다"|「여성모임 사랑」서『남성연구』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사회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이며 여성은 상대적으로 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사회의 남성은 여성 위에 군림하고 여성을 지배하면서 나름대로 유복하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리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밝히는 실증적인 연구서가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도서출판 나라사랑에서 펴낸『남성연구』가 그것으로 여성학적 측면에서 남성을 조명한 국내의 첫 연구서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김효진(번역가), 문수경(소년조선일보 기자), 홍진숙(카피라이터), 김성미(학원 강사), 여은현(출판인), 손영주(한국여성 노동자 회 소속 여성운동가)등 6명의 직장인과 성균관대 여학생 교지『정정헌』의 현 편집부장인 김계현 양 등으로 구성된「여성모임 사랑」.
이 책은 남성이「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문화와 이데올로기의 희생자이며 그에 따른 사회적 억압과 강박관념 속에서 부자유하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보고서·소설과 영상매체의 묘사 등을 실감 있게 인용하고 있는 이 책은 특히 여러 계층의 남성들에 대한 저자들의 실제 면접사례를 다양하게 싣고 있는 게 특징.
한국남성들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주입된 부당한 성 차별적 역할과 과도한 기대를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요받는 나머지 다음과 같은 7가지의 콤플렉스를 지니게 됐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마더 콤플렉스는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아들이 성장 후에도 결혼·직업선택·자녀 양육 등 삶 전반에 대해 어머니를 최종결재자로 여기는 의존현상이다.
능력 콤플렉스는 남보다 실력 있는 사람이 되어 부와 지위와 명예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로는 열등감으로, 때로는 능력보다는 학력·지연·재력 등에서 밀리는 데서 오는 박탈 감을 유발한다.
크기 콤플렉스는 남성다움의 본질을 성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좀 더 컸으면』하는 집착 속에 끊임없이 비교를 계속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온달 콤플렉스는 평강공주와 같은 여성을 배필로 만나 처가 덕에 출세하고 싶은 기대심리와 자신의 배우자를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데서 오는 열등의식, 그것의 불만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가장 콤플렉스는 부모와 처자식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꿈과 적성을 희생하고 현실순응 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결국 한국남성은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라는 뜻이다.
허세 콤플렉스는 현 사회에서는 자신이 가진 것 만으론 인정받기 힘들므로 선전용 허풍으로 자신을 과장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을 말한다.
카사노바 콤플렉스는 남자는 성적 본능이 강한 존재라는 신화에 따라 모든 여성을 자신의 성적대상으로 여기며 실제로 많은 여성과 쉽게 관계를 맺었다가 끊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해방돼야 비로소 인간해방이 이뤄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남성과 여성은 손잡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들의 결론이다. 한국 여성연구회의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현백 교수(성균관대·사학)는 이 책에 대해『남성을 적이 아니라 동지로 보는 새로운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 이 책은 여성학적 측면에서 한국의 남성문제를 살펴본 최초의 연구 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이번과 같은 개별적 사례중심 연구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사회학적 조사와 심층 심리적 분석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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