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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TV 『먼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KBS-1TV 대하드라마 『먼동』은 공영방송이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지 정답을 제시해주고 있는 드라마다.
최근 몇 년 동안 KBS가 내놓은 대하드라마들은 『토지』를 제외하곤 『삼국기』처럼 소재는 건전했지만 극적인 재미를 살려내지 못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대부분 50회나 되는 긴 방송기간동안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둘 만한 극적인 긴박감을 유지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먼동』은 지금까지의 대하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르다. 동학혁명에서 일제시대에 이르는 격변기를 통해 개인과 역사의 관계를 드러내 보이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빠른 극전개로 매회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가며 시청자들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먼동』은 또 대부분의 사극들이 궁중을 무대로 권력투쟁사를 다뤄 온 것과는 달리 노비들의 삶을 축으로 극을 전개시켜 피부에 와 닿는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진일보한 역사물로 평가받을만하다.
『태어나길 잘 해야지』와 같은 양반의 권위를 부정하는 대사가 노비들의 입에서 자주 튀어나오고 부당한 주인의 명령에 분노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 등은 이전의 사극에선 찾아보기 힘든 리얼리티다.
여기에다 충남 태안반도에 1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여만든 오픈 세트장도 극의 사실감을 높여주는데 한몫하고 있다.
민간인 통제지역이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지형에다 27채의 주막, 당시 곡물을 운반할 때 쓰였던 당도리선 6척, 다리·소·말·삽살개 등으로 꾸며진 이 오픈 세트는 거의 세트라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먼동』의 사실적 영상미는 이 같은 오픈 세트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반감됐을 것이다.
제작진은 서해안 60∼70여곳을 물색한 끝에 이곳을 오픈 세트장으로 낙점했다고한다.
의욕적인 대하드라마를 기획해놓고도 준비성 부족으로 번번이 초라하게 막을 내려야했던 KBS가 이번 『먼동』에 얼마나 전력을 쏟고있는지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 결실로 『먼동』은 첫 회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방송 6회밖에 안됐는데도 자극적인 멜러물과 코믹드라마가 득세하는 와중에서 시청률 20%를 육박할 정도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먼동』의 성공은 심각한 주제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어 뜻 깊다. 공영방송인 KBS의 드라마가 가야할 방향도 이쪽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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