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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즈니스위크」지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현대그룹 분가계기/한국 재벌군 “대변혁”/YS정부하 살아남기 몸짓/“전문화·구조개편 시점” 인식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6월7일자)는 현대그룹의 계열사 분리독립계획을 계기로 한국의 주요 재벌들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전망했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이미 삼성·대우·럭키금성 등의 경우에도 주목할만한 변화가 시작됐다고 지적하고,현대의 이번 「분해」 선언으로 말미암아 이같은 변화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비즈니스 위크지 기사 요약.
한국에서는 과거에도 재벌을 개혁한다는 식의 약속이 번번이 있었으나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현대그룹의 오너 정주영씨가 드디어 이를 믿게끔 하고 있다. 정주영씨는 5백20억달러에 달하는 현대왕국을 분리 독립시키겠다며 그에 따른 실천계획을 밝혔다.
이같은 정씨의 결행은 다른 재벌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것이 틀림없다. 만약 현대의 이같은 변화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뤄진다면 다른 재벌회장들도 가만 있을수 없게 될 것이다. 한국의 재벌들은 김영삼 신정부의 비판을 의식해야 할 뿐 아니라 기업 스스로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주영씨로서는 55년동안 키워왔고,또한 마음먹은 대로 해왔던 현대그룹을 분해한다는 것이 여간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정씨의 계획대로라면 금년말까지 아들들의 소유지분을 중심으로 현대는 7개로 쪼개진다.
정씨의 이같은 과감한 계획은 궁극적으로 현대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정씨는 대통령선거법 위반 등으로 법적문제에 걸려있다. 현대가 이런 형편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김 대통령을 만족시킬만한 제스처를 보여야 한다. 김 대통령의 측근은 이와관련,『변화가 실제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재벌들의 오너들도 기존체제의 중앙집중적인 구조를 바꿔야 하는 시점에 와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럭키금성은 회사 사장들에게 이미 자율권을 많이 넘겼으며,대우의 김우중회장은 젊은 경영자들을 육성하는 한편 94년까지 20개 기업을 5개의 주요분야로 독립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전문경영인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넘겨주고 있으며,전자·기계·화학분야에 초점을 맞춰나가고 있다.
김 대통령은 재벌문제에 대해 계속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이 예상된다. 신정부는 재벌 오너가족들이 일부기업들의 자산을 매각하는 것 이상의 더 적극적인 대응을 보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창업 오너들의 경영권이 전문경영인들에게 넘겨져야 한다』고 한 정부관료는 말했다.
김영삼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재벌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껴왔다. 노동자들의 영향력 강화와 임금상승으로 한국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들로서는 더 이상 이것저것 사업을 벌이려 할게 아니라 자신있는 쪽으로 전문화해 나가는 전환 노력이 필요해졌다. 최종현 선경그룹회장은 『그럴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사실 현대의 분리작업은 전체 그룹을 살리는 것으로 입증될 것이다. 정주영씨는 일부회사들을 가족들에게 떼어 줌으로써 오히려 자동차와 건설 등 자신의 주력사업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뉴욕=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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