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무노동 부분임금」/노동부 내부서도 입장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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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기 안좋으나 검토 후 점진시행”/수뇌부/“근기법 개정 필요… 현재론 불가”/실무진
임금협상 시기의 미묘한 시점에 첨예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무노동 부분임금」제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무노동 부분임금 지급방침이 27일 당정협의에서 유보되면서 추후 강행할 것인지,아니면 사실상 철회된 것인지 불분명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무노동 부분임금제 실시여부는 그러나 제기된 시점에서부터 재계·노동계는 물론 노동부 내부에서도 실무진들과 충분한 의견수렴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불쑥불쑥 노동정책을 제시하는 이인제장관의 행정스타일 때문이라는 점에서 논란과 혼란이 예고됐던 문제였다.
무노동 부분임금제 파문의 발단은 이달중순 이 장관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무노동 부분임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한 것이 의외의 파장을 불렀다.
당초 이 장관은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16가지 행정지침을 판례대로 수정,정비하도록 했으나 무노동 부분임금제는 이들 정비대상 행정지침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사항이었다.
그러나 무노동 부분임금제가 추가로 행정지침 정비작업에 포함돼 보도되자 민자당과 노동부는 27일 당정협의를 갖고 이 문제를 집중논의,「추후 협의」라는 유보 방침을 밝혔다.
당시 당정회의에서는 민자당 의원들의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현실론이 이 장관의 원칙론을 후퇴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동부 관계자는 『합의점을 찾지못해 협의를 미루기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열린 전국기관장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됐으나 노동부는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좀더 세밀히 검토한 뒤 시행할 방침』이라는 당정협의의 결과를 재확인했다.
최승부 노사정책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현재가 임금교섭의 시기고 노사 모두 이 문제를 확대해석할 우려가 있다』고 유보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부의 「검토후 추후 시행」이란 공식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무노동 부분임금제에 대한 실무진들의 의견은 오히려 「시행 불가능」쪽으로 기울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실무진들은 무노동 부분임금제가 실시될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의 임금규정을 대폭 개정해야 하고 이에 따라 종전 「임금」 해석관행에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무노동 부분임금제가 「임금은 기본급 상여금 등 근로보상 부분과 식비·가족수당·교통비 등 생활보장적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파업기간 중이라도 생활보장적 부분은 지급되어야 한다」는 판례의 임금 2분설에 근거하고 있으나 현행 근로기준법(18조)에는 임금을 「근로의 보상으로 지급되는 일체의 금품」으로 규정하고 있어 「근로의 보상」 개념을 개정하지 않는한 무노동 부분임금제의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이 경우 이 조항을 근거로한 퇴직금 산정·임금체불시 청산범위 등에 큰 혼란이 야기된다는 것도 무노동 부분임금제 도입에 앞서 풀어야 할 난점이다.
노동부 실무관계자는 『무노동 부분임금제의 시행이 현행 근로기준법의 질서를 저해할 가능성이 크며 어느 정도까지를 생활보장적 임금이라고 볼 수 있는지 논란도 심해 문제점이 이미 보고됐다』며 『이 방침은 사실상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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