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업계도 사정 명암/값싼것만 잘 팔리고 단체주문은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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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정바람속에 도시락업계가 명암이 교차되고 있다.
단체야외모임이 줄어들면서 단체주문이 줄었고 주문 도시락 내용도 검소해지는 등 전체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공무원·기업체에서 도시락을 찾는 소규모 주문자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체주문을 주로 취급하는 영세업체는 울상인 반면 체인점을 갖추고 소규모 주문까지 받을수 있는 중견업체들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도시락산업은 지난 88년이후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야외로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매년 30%이상 신장,지난해에는 시장규모가 6백억원으로 커졌으나 올해는 기업체·동문회 등 각종 단체로부터의 주문이 크게 줄었다.
도시락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5월에 단체주문량이 가장 많았으나 올해는 작년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사정분위기로 모임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문도시락의 내용도 상당히 검소해져 (주)우리도시락의 박흥주영업부장은 『작년에는 5천원이 넘는 도시락을 찾는 사람이 많았으나 올해는 3천원내외의 도시락을 많이 찾고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관공서·기업체에서 점심때 도시락을 주문해 사무실에서 먹는 사람들은 늘고있어 「가뭄에 단비」가 돼주고 있다.
지난 3일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에 도시락주문판매를 시작한 농협의 경우 처음에는 하루 3백개로 판매목표를 정했는데 4백개이상 팔려 추가로 준비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과천 관가에서는 화창한 날씨에 2천5백원짜리 도시락을 들고 청사내 잔디밭 등에서 점심을 즐기는 것이 새로운 풍속도로 등장했다.
또 올해초 황인성총리가 「공무원들은 구내식당을 이용할것」을 권고한뒤 경기도 수원의 경기도청에서도 구내식당을 찾는 공무원이 많아져 좁은 구내식당이 너무 붐비자 도시락을 찾는 공무원이 크게 증가,한 공무원은 『하루 전날 전화로 주문해야할 정도』라고 설명했다.<박장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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