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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노조와 임금정책 대립/파내각 총사퇴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공무원 봉급동결… 「박탈감」 가중/개혁속 국민 고통분담 “딜레마”
폴란드의 한나 수호츠카내각이 의회 불신임을 받게된 직접 원인은 공무원의 봉급동결정책을 고수함으로써 빚어진 자유노조 솔리다리노슈치(연대)와의 대립이다.
현재 폴란드 노동자의 평균월급은 5백만즐로티(약25만원)수준.
그러나 국영기관에 근무하는 의사·교사·엔지니어 등의 월급은 이에 훨씬 못미친다.
15년 근무한 여교사가 2백40만즐로티,40세 여의사가 4백80만즐로티정도의 월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이에 비해 시장경제이행과정에서 월수입이 공무원들의 20∼30배에 달하는 졸부들이 생겨나 공무원들의 상대적 빈곤감은 더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의 월급만 동결하겠다니 이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게 됐고,자유노조계열의 정당들이 불신임안을 제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국영기업 민영화 등 개혁에 많은 외국자본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국제통화기금(IMF) 등 외국 원조기관들은 정부의 재정지출을 크게 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수호츠카내각의 공무원 봉급동결조치는 시장경제개혁을 계속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면이 있다.
폴란드 경제는 지난 3년간의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현재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0년 경제생산이 25%나 줄어드는 최악의 국면을 맞았던 폴란드는 91년 마이너스 14.2%,92년에는 개혁이래 처음으로 4.2%의 성장을 이룩했고 올해는 2%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인플레도 90년 5백85.5%,91년 70.3%에서 92년에는 45%로 안정추세에 있고,국제수지도 92년 5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이같은 성공은 강력한 긴축정책을 토대로 한 폴란드정부의 과감한 개혁정책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수호츠카내각은 지난 10개월동안 상대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가장 성공적으로 개혁을 추진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개혁에 따르는 국민들의 고통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업률은 90년 6.1%에서 91년 11.4%,92년 13.6%로 늘어나고 있으며,과거 공산정부아래 방만하게 지출됐던 각종 사회보장 지출은 거의 전액 삭감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수호츠카정부는 『비인간적 얼굴을 가진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91년 10월 총선결과 의회내에 뚜렷한 다수당없이 29개 군소정당이 난립해 있는 불안한 정치현실도 수호츠카내각을 조기 퇴진하도록 했다.
내각 불신임안은 찬성자가 한명만 적었어도 부결됐을 것이다.
수호츠카내각 붕괴로 폴란드의 정정은 앞으로 상당기간 혼미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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