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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붙은 ‘한옥 살리기’ 편리함·경제성 더 갖춰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호 02면

비 오는 여름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햇볕 쨍쨍한 여름날 대청에 누워 맛보던 시원한 바람, 추운 겨울 뜨끈뜨끈한 온돌방의 아랫목. 한옥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이 든 세대에게는 익숙한 이런 기억들이 요즘 아파트나 양옥에서 자라는 젊은 세대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같이 잊혀져 가던 한옥을 살리는 운동이 점차 그 속도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그 중심에는 서울시가 주도한 북촌 살리기 운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북촌 가꾸기 사업’을 통해 약 300채의 한옥 개·보수를 지원했습니다. 북촌 환경정비까지 약 400억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같이 지원에 힘입은 공공사업을 통해 한옥을 되살리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다행히 요즈음은 자발적으로 한옥을 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택뿐 아니라 음식점에서 동사무소, 호텔에 이르기까지 용도도 다양합니다. 또 한옥을 지키기 위한 민간 재단도 생겨 문화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 지어지거나 개조된 한옥들을 둘러보면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듭니다. 문화재가 아닌 이상 한옥도 새로운 생활양식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옥 짓기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3.3㎡(평)당 공사비는 대략 800~1200만원 정도죠. 고치든 새로 짓든 비슷한 돈이 듭니다. 어떤 나무를 쓰느냐, 어떤 인력을 쓰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납니다. 국산 나무를 고집하면 더 비싸진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옥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도 애매합니다. 전통에 충실하게 나무 기둥에 재래식 기와를 이어야만 한옥인지, 청와대같이 외양만 한옥처럼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도 한옥이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는 한옥의 여러 모습을 모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한옥을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소개도 덧붙였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잊었던 한옥의 맛을 기억해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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