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안맞는다”/노정개혁 첫제동/「무노동 부분임금」유보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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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산업현장에 미칠 파장고려
노동부가 「무노동 부분 임금지급」 방침을 사실상 유보함으로써 논란이 되어온 이인제장관의 급진적 노동행정 「개혁」작업이 부분적이나마 일보 후퇴했다.
기회있을 때마다 과거 「사용부」라는 오명을 벗기위해 근로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이를 예외없이 정책 과정에 반영해온 이 장관의 생각과 방식이 현실여건에 부닥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그동안 잇따라 기존 지침과 관행을 뒤엎는 새로운 노동행정 방향을 제시,경제계의 반발과 노동계의 호응이 크게 엇갈리는 파문을 던졌다.
그러나 27일 민자당과의 회의에서 새노동정책의 일부를 유보,이 장관의 정책추진 방식은 신중한 사전협의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노동문제에서 사용자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감안이 필요하다는 재계·여권내의 주장이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6일 경총과의 모임에서 이 장관은 업계의 반발은 무시한채 「무노동 부분임금제」의 강행을 천명한바 있으나 하룻만에 여당측과의 회의에서 방향을 선회해 여권내에서도 정책추진의 진통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무노동 부분 임금제의 실시유보」는 「포기」가 아니고 보다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시행의지의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 방침이 당장 산업현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현재 각 사업장에서 진행중인 임금협상 시기가 지난뒤 세부지침을 만들어 민자당과 「추후 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노동부는 당초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17개 행정지침을 판례대로 정비한다는 이 장관의 방침에 따라 산재보험 대상 범위확대 등 일부지침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고 일부는 세부지침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무노동 부분임금 지급 등 일부 행정지침은 산업현장에서 현실적인 파급효과가 민감하다는 판단과 함께 사용자측의 강한 반발로 마찰을 빚어 상당한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노동 부분임금제의 판례는 92년 3월 대법원이 「쟁의행위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지급청구권을 갖지 못하는 임금의 범위는 사실상 근로를 제공하고 받는 교환적 부분」이라고 내린 판결에 따른 것이다.
노동부는 이같은 판례에 근거해 임금의 범위를 2분화해 기본급 등 근로교환적 부분이 아닌 가족수당·식비·교통비 등 생활보장적 성격의 임금은 파업기간중에도 지급토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경총은 지난해의 경우 97%의 기업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준수,이 원칙이 정착단계에 들어선 시점에서 이같은 내용의 지침이 시행될 경우 파업을 고무하는 효과만 있고 노사 대등성 원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력 반대하고 있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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