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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 사옥매각 자구이행"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돈이 없어 빈사상태에 빠져있던 투자신탁회사들에 한국은행까지 나서 긴급수혈을 해주었던「투신정상화조치」가 27일로 꼭 1년이 됐다.
작년 5·27조치의 골자는 한은 특별융자(2조9천억원)와 국고여유자금(3천억원)추가지원, 노후생활연금 신탁허용 등이었다. 투신사들은 이에 대한 자구노력으로 부동산매각, 인원감축, 경비절감 등을 다짐했었다.
한은특융과 국고지원금은 모두 연3%로 이자가 특별히 싼 자금이어서 빚더미에 올라있는 투신사들에는 이자부담경감 등으로 큰 도움이 됐다.
또 5년 시한부로 허용된 노후생활연금신탁은 세금공제혜택 등으로 가입자가 몰려(25일 현재 수탁고는 1조6천4백27억원)투신사들은 수수료수입으로 1백50억원 가량을 벌었다.
이와 함께 ▲투신사별로 1개사씩 설립했던 투자자문회사를 외환·신탁·주택은행에 각각 팔았고 ▲기구축소, 인원감축, 임금동결 등 자구노력도 벌였다.
그 결과 3개 투신사의 92회계연도(92년4월∼93년3월)적자폭은 3천억원으로 5천억원 안팎씩에 달했던 90,91년보다 상당히 줄어들어 일단 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계기는 마련한 것으로 보이고있다.
그러나 당초 계획했던 자구노력 중 3개 사가 모두 여의도에 일제히 짓고있는 20∼23층 규모의 매머드사옥은 아직 한 곳도 팔지 못한 상태.
투신사들은 이에 대해 『3∼4차례씩 신문공고를 내는등 나름대로 팔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부동산경기침체로 사려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이들 사옥은, 올해 말부터 내년 말까지 차례로 완공될 예정인데 투신사들이 과연 당초의 매각 약속을 지킬 것인지 주목되고있다.

<국고 등서 빌린 돈만 6조>
한은특융은 72년 8·3사채동결조치와 85년 해외건설·해운업체 산업합리화 때 등 은행들이 크게 흔들릴 경우 외에는 내주는 일이 거의 없다.
그만큼 이례적인 조치인 셈인데 투신사들이 한은 특융까지 받아야할 정도로 쪼들리게됐던 직접적인 계기는 89년의 12·12조치였다.
투신사들은 정부방침에 따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 무제한 주식매입에 나섰으나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면서 차입금이자부담, 매입주식의 평가손등 2중고에 시달려야했고 이후<표>에서 보듯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이 되풀이돼왔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이 가져온 부작용으로 투신사들은 90∼92년 3년 연속 적자 끝에 지금은 자기자본마저 전액 잠식된 상태다.
투신사들은 한편 올해에는 주가회복세를 바탕으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그러나 국고지원과 한은, 시중은행, 단자사 등으로부터 빌린 돈만 6조원에 이르고있어 이를 해소하고 경영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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