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접 접촉 수준은 말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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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3일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했다. 피랍 사태 발생 후 19번째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방문하고 이날 오후 귀국한 백종천 안보실장도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회의에서 백 실장의 특사 활동을 격려한 뒤 "현재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힘들겠지만 앞으로 계속 노력해 달라.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창의적 의견을 많이 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회의에선 기존 방침의 변화나 전략을 수정하기 위한 논의는 없었고, 백 특사에게서 주로 현지 상황을 보고받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히 6일 오후 11시(한국시간)로 예정된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 측과 전개되고 있는 직접 접촉의 수준과 관련, "현 상황은 협상까지는 아니고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탈레반과) 직접 접촉의 구체적 수준과 방식, 시기를 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납치 단체에 대한 직접 접촉의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강성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가 탈레반 측과 전화 접촉을 통해 직접 협상 일정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는 "직접 접촉이 이뤄져도 아프간 정부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 정부가 이번 피랍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한국.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3자 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직접 접촉이 이뤄진다 해도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들을 이른 시일 안에 석방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이날 피랍자 가족 4명이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아프간 또는 인접국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프간이 현재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된 상태"라며 "정부로서도 무사 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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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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