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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넘어 정치권 파트너” 인식/EC 대한관계 격상검토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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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6위의 교역국」 위상인정/중·일 견제 동아시아진출 교두보역할 기대/시장개방 등 한국 상응노력 요구
한국과 유럽공동체(EC)간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5일 발표한 「대한관계 검토보고서」에서 EC 집행위원회가 한·EC관계의 격상을 제안하고 나온 것은 통상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양자관계를 멀잖은 장래에 한 차원 높은 정치·경제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EC각국의 새로운 대한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C집행위가 대한정책 전반에 관한 별도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EC 회원국 외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달 8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각료이사회를 위해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그 자체로 어떤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각료이사회는 보고서를 토대로 결의를 채택하는 것이 관례며,장차 공동선언이나 헌장 등을 통해 양자관계를 격상시키는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현재 EC가 역외국가 가운데 고위급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미국·캐나다·일본 세나라 뿐이다. 미국과는 북대서양헌장을 체결했고,캐나다·일본과는 정치협력선언을 채택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88년 5월 EC각료이사회에서 대일관계보고서가 논의된데 이어 91년 공동선언을 채택한바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공동선언 등을 통해 EC와의 관계를 격상하게 된다면 현재 통상차원에 국한돼 있는 양자관계는 정치·경제·산업·문화·기술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장기적·종합적인 협력파트너 관계로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는 대한관계의 격상이 필요한 배경을 몇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EC 12개국을 하나로 칠 경우 한국은 세계 6위의 교역규모와 8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무시할 수 없는 경제대국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앞으로 통일이 돼 군사력 유지에 들어가던 자원이 생산활동에 돌려질 경우 국제경제에서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또 세계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아시아 진출을 위해서는 한국을 파트너로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이라는 부담스런 상대나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보다 한국을 동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EC의 전략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 보고서는 양자관계 격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국측의 상응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측의 EC에 대한 시장개방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 EC측 판단이다. 이 보고서는 ▲대EC차별 철폐 ▲비관세장벽 철폐 ▲지적재산권 보호강화 ▲외국인 투자제한 철폐 등 관심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이러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통해 한·EC관계 격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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