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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박정환은 14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3국 하이라이트4>
○ . 윤준상 6단(도전자) ● .이창호 9단(왕 위)

장면도(44~51)=삼성화재배 본선에 진출한 박정환 2단은 1993년 1월생이니까 만 14세다. 그래서 혹시 역대 최연소기록이 아닌가 하고 점검까지 해봤는데 본지 3일자 23면 기사에서 '16세 박정환'이라고 나가고 말았다. 실로 유구무언(有口無言)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이창호 9단은 13세 때 후지쓰배 본선에 나갔고 이세돌 9단도 14세에 LG배에 나간 기록이 있었다.

일본의 3대 묘수 중 '공배의 묘수'라는 게 있다. 이창호 9단이 둔 흑▲는 이에 비견해 '자충의 묘수'라 부를 만하다. 바둑돌은 포도송이처럼 뭉치면 안 되고 뒷수를 꽉 메워도 안 된다. 이런 금기들은 모두 어리석음과 비능률.자멸의 상징이다. 한데 흑▲는 포도송이에다 자충을 겸한 대악수(?)인데 의외로 이 수가 죽어가던 흑 석 점을 살리는 구급약이 되고 있다. 바둑에 절대가 어디 있느냐고 소리치던 정창현 7단의 얼굴이 문득 생각난다. 백이 양단수를 피하면서 흑을 차단하려면 '참고도' 백1이 유일하지만 이 수는 곧 패망의 지름길이다. 흑은 2로 하나 젖힌 다음 4로 끊고 6으로 민다. 이 간단한 외길 수순으로 흑은 A의 축과 B 또는 C의 잡기를 맞보기로 할 수 있다. 백은 일거에 파탄을 맞게 된다.

신음소리를 내며 장고하던 윤준상 6단은 결국 44로 후퇴했다. 흑이 45, 47로 한 점 잡고 맛 좋게 연결할 때 백도 48로 두 점을 잡고 피해를 최소화했다.

국후 윤 6단은 "그 수(흑▲)를 못 봤다"고 고백했다. 우상 일대에서 벌어진 수읽기 싸움에선 이창호 9단이 승리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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