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벼룩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유럽과 미국에 최근「벼룩비상」이 걸렸다.
제3세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벼룩이 지난 10년여동안 계속된 지구의 온난화현상에 힘입어 번식이 가속, 유럽과 미국에서도 폭발적인「인구증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벼룩은 기존의 살충제에 대해 면역성이 생겼기 때문에 서방 과학자들은 새로운 벼룩퇴치방안개발에 혈안이 돼있다.
벼룩전문가인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존 마운더 박사는『현재 영국 등 서유럽국가들과 미국의 대부분지역에서 벼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히고『세계에 있는 모든 벼룩들을 모아 무게를 달아보면 전세계 인구의 무게보다 더 많이 나갈 것』이라며 벼룩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심지어 깨끗하기로 소문난 스위스에서도 벼룩들이 들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벼룩으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없음을 증명했다. 스위스의 제약회사인 시바-가이기사의 데오도르 람프씨는『지난해 여름 이곳에서도 폭발적인 벼룩증가가 있었다』며『올해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벼룩들이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기온상승 외에 주택난방의 발달과 카핏의 보급을 들고 있다. 추위에 약한 벼룩들은 겨울에도 따듯한 실내에서 카핏의 포근함을 즐기며 번식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벼룩문제가 심각해지자 과학자들은 이 성가신 곤충의 퇴치를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코넬대학교의 제이 게오르기 박사는 벼룩을 관찰하기 위해「벼룩수용소」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40평방㎝의 상자를 25칸으로 나누어 칸마다 소의 피를 담아 3백 마리의 벼룩을 가둬놓게 돼있다. 살아있는 개속에 벼룩을 풀어놓고 실험할 때보다 여러모로 편리하다는게 게오르기 박사의 얘기다. 그는 『일단 동물애호가들로부터 항의 받을 걱정이 없고 먹이 등을 줄 필요가 없어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바-가이기사는 최근 기존의 살충제 대신 벼룩의 번식기능을 파괴하는 「루페뉴론」을 개발, 시판하고 있다. 루페뉴론은 개나 고양이등 벼룩이 옮아붙을만한 애완용 동물에게 먹이면 그 피를 빨아먹는 벼룩에 작용하도록 돼있다 .
한편 마운더 박사는 『벼륙을 근본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선 집 전체를 소독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이석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