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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경선 D-16] 선거인단 20% 걸린 '여론조사 문항' 잠정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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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통을 겪어 온 한나라당 경선의 여론조사 방식이 2일 잠정 결정됐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은 결정 내용에 강력히 반발하며 '경선 불참'까지 거론하고 있어 경선 레이스에 심각한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

3일 박관용 위원장의 경선관리위가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8.19 경선은 마지막 최대 고비를 맞을 수 있다.

당 경선관리위 산하 여론조사전문가위원회(위원장 강용식)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최대 쟁점이었던 여론조사 질문 형태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네 사람(이명박.원희룡.박근혜.홍준표) 중 누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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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질문 형태를 놓고 이명박 후보 측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중 누가 낫다고 생각하십니까"(선호형)로 하자고 주장했다. 박 후보 측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지지형)로 하자고 맞섰다.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행동(action)이 아니라 생각(mind)을 묻는다는 점에서 전문가위원회의 결론은 이 후보 쪽 주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원래 전문가위원회는 이날 '선호형'과 '지지형'을 놓고 표결을 벌이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강 위원장이 "누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수정안과 지지형의 표 대결이 벌어졌다. 그 결과 8 대 3으로 수정안이 채택됐다.

그러나 전문가위원회에 박 후보 측 대리인으로 참석했던 김준철 캠프 여론조사단장은 "원래는 토론 없이 바로 표결을 하기로 합의했었는데 예정에 없이 수정안을 들고나와 불공정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표결에 앞서 퇴장했다.

전문가위원회는 3일 경선관리위원회에 잠정 확정한 사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이 반발하고 있어 이 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박 후보는 보고를 받고 "상식에 어긋난다. 선진국에서는 지지도 조사를 한다"고 비판했다고 최경환 캠프 종합상황실장이 전했다. 이 후보 측은 박 후보 측이 공연한 트집을 잡는다는 반응이다.

최구식 경선관리위 대변인은 "전문가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야겠지만 박 후보 측이 불참한 가운데 투표가 이뤄졌다니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문 문항 왜 이렇게 민감한가=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후보는 선호형일 경우에, 박 후보는 지지형인 경우에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의 지지층은 박 후보에 비해 충성도가 낮은 그룹이라 막상 자신이 직접 투표하는 경우를 가정해 질문을 던지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형보다 선호형으로 물을 경우에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2%포인트가량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포인트 차이는 투표수로 약 300표일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하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오종택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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