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교실 여성 운전자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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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차를 몰면서도 보닛 한번 열어본 적이 없다」「주행 중 걸리적거리기만 한다」는 등 한때 여성운전자에게 붙여진 수식어가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 가벼운 차량정비쯤은 직접 해결하려는 여성 손수 운전자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현대·대우 등 자동차회사와 사회단체가 열고있는「주말정비교실」등에서 두드러진다. 정비교실에 따라 수강자의 18∼30%가 여성운전자이며 경남 창원 같은 곳에서는 여성 참여율이 95%를 기록하기도 했다.
15일 오후 5시쯤 서울 가락본동 현대자동차 정비연수원2층. 토요일임에도 주부운전자들이 남자들 틈에 끼여 강사 나기남씨(31)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이다. 2시30분부 터 시작된 이론교육을 마치고 실습 중이었다.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당황하시지만 이제 그럴 필요 없어요.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는 네 가지 뿐입니다. 배터리가 불량한지 알아보려면 이렇게….』 자동차부품을 만지며 쉽게 풀어나가는 나씨의 설명에 수강생들이 고개를 연방 끄덕인다.
『참 신기해요. 너무 모른다고 남편한테 잔소리도 많이 들었지요. 강의를 듣다보니 일부 카센터 등에서 속임수로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말이 실감나요.』 엘란트라를 몰고 있다는 주부 정필위씨(49·서울 방이동178의 5)의 교육 후 소감이다.
응급조치 및 고장진단·차량관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동차 3사의 주말정비교실은 지난해하반기부터 시작됐다. 현대의 경우 서울의 정비연수원(406-1377)과 전국 직영사업소에서 지금까지 9천9백16명(여성운전자 약18%)에게 주말정비교육을 매주 토요일 3∼4시간씩 실시했다.
자기 차를 손수 몰고 와 부품을 산 뒤 갈아 끼우는 이른바「DIY」(Do It Yourself) 코너도 연계교육 차원에서 운영 중.
또 대우자동차는 서울(544-2028)과 인천(520-3052∼7)·광주(674-2570∼6)·대전(627-0992∼7)·부산(867-5050∼7)등 5곳의 정비사업소에서 주말 또는 주중에 하루 1∼4시간씩 정비교실을 운영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3천3백95명이 거쳐갔으며 그중 여성은 30%선이었다. 기아자동차도 연중행사는 아니지만 지난해 여름에 이어 올해도 7∼8월께 주말정비교실을 열 계획이다.
이들 자동차 3사 정비교실의 정원은 매주 20∼50명 정도로 회사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모두 무료이며 현대의 경우 교육내용을 담은 35분짜리 비디오테이프도 나눠준다.
여성신문 교육문화원의 정비교실 강사 이갑식씨(33)는『와이퍼를 작동시킬 줄 몰라 비오는 날이면 아예 운전대를 놓는 등 자동차를 너무 모르는 여성들이 많다』며『최소한 비상시 타이어를 갈아 끼울 수 있을 정도는 돼야한다』고 했다.
관계자들은 기업과 운전자들의 관심으로 유·무료 정비교실이 앞으로 크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정비연수원 이장훈 과장은『정비교실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공세적인 B/S(사전 서비스)이며, 회사측으로서도 사소한 소비자의 방문에 따른 정비센터 운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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