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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안…, 서편제, 화엄경-영화 음악 지평 열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 영화 음악이 음반 산업의 주요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음악은 그간 아주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히트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돼 왔으나 지난해 『그대안의 블루』가 크게 성공한데 이어 『서편제』의 사운드 트랙판도 꾸준히 팔리고 있어 영화 음악판도 다른 가요판 못지 않게 팔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기에다 최근 『화엄경』 (이종구씨 음악 담당)의 사운드 트랙판이 영화 개봉에 앞서 발매돼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영화에서 음악은 적당히 구색을 맞춘다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도 적당히 외국 음악을 짜깁기해 분위기만 맞춰준다는 식의 낡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영화 음악이 단독 앨범 형식으로 발매되는 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잘 만든 영화 음악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영화의 흥행 성공에 크게 기여한다. 비근한 예로 휘트니 휴스턴의 『항상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I'll A-lways Love You)를 빼놓고 영화 『보디가드』의 엄청난 흥행 성공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또한 「빛과 소리」의 종합 예술인 영화에서 음악은 중요한 의미 구성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음악의 적절한 사용은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극대화해준다. 외국 영화 작가 중에서 특히 스탠리 쿠브릭 같은 사람은 자신의 영화 음악을 철저히 계산해 사용, 영화가 주는 심리적 효과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므로 최근 한국 영화가 점차 음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전에 비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현상은 환영할만한 일로 보인다. 김수철·신병하씨 등 일급의 영화 음악가들이 편 당 받는 음악료는 대략 2천만원에서 3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년 전만 해도 1천만원이 채 못됐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음에 틀림없지만 아직도 영화 음악의 제작 및 판매 여건은 그다지 좋다고 하긴 어렵다. 특히 기존 음반사들이 아직 영화 음악을 「별로 수지가 안맞는 장사」 정도로 치부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제도적인 측면에서 개선하느냐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영화로는 3위의 흥행 성적을 거둔 이현승 감독의 『그대안의 블루』는 김현철이 음악을 맡아 한국 영화 음악도 「장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드물게 1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이 영화 음악은 도회적인 감수성이 잘 녹아 있는 재즈 스타일의 연주곡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현대 도시 젊은이들의 불모의 연애라는 영화 내용과도 잘 조화를 이룰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주관객층인 20대의 감수성에 적절히 어필한 것도 성공의 요인으로 보인다.
판소리에 얽혀 있는 한국적인 정서를 표출해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김수철이 음악을 맡았는데 판소리가 내용이자 주제인 영화인만큼 판소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영화 음악을 배경에 깐 것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된다.
특히 이 영화의 앨범은 필름의 광학 음향 트랙에서 소리를 뽑아 만든, 그야말로 한국 최초의 사운드 트랙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크게 눈길을 끌고 있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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