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뉴스녹취록] "인질 또 살해한다면 좌시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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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31일 심성민씨가 살해된 것으로 밝혀지자 "무고한 민간인들을 납치하고 인명까지 해치는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이 발생한 이후 두 번째 낸 성명이다.

정부는 성명서에서 "납치단체가 우리 국민의 석방 조건으로 수감자 석방과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가 아프간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당장 어떻게 해 볼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아프간 정부와 미국 정부에 인질 석방을 위한 협조를 구한 셈이다. 성명서를 발표한 천호선(사진)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성명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기대와 무장단체 측에 우리의 한계를 설명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또다시 우리 국민의 인명을 해치는 행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우리 국민의 희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군사작전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가 가장 우선되는 원칙"이라며 "군사작전에 반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천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표는 독자 설명을 돕기 위한 설명)

-우리 정부의 한계를 말한 이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에 한계가 있다는 게 아니고 수감자 석방을 이끌어내는 데 우리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말한다. 아프간 정부나 관계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남았다고 본다.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탈레반 측이 수감자와 인질을 맞교환하자고 요구하는데 정부 입장은.

"아프간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프간 정부가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 바란다. 국제적인 대테러 원칙을 잘 알지만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관련 당사국에 촉구한다." (※국제적인 대테러 원칙은 납치단체와 협상이나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인질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이 원칙만 고집하지 말라는 의미다.)

-아프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수감자 석방 문제는 미국의 입장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를 관리하며 무장단체와 대립하고 있는 주체다. 미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독자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 다만 미국도 관련 당사국인 만큼 협조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정부가 납치단체와 직접 협상에 나설 생각은 없나.

"아직도 아프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필요한 경우 판단하겠지만, 직접 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많은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분의 생명을 잃는 사태가 발생해 드릴 말씀이 없다. 앞으로의 상황이 유동적이다. 엄중한 상황에 따라 대응 방식이 면밀하게 재검토될 것이다. 현재로선 정해진 게 없다."

-아프간 정부가 지금까지 해 온 대응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아프간 정부도 수감자 석방 문제를 적극 검토하지만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고충을 겪고 있다." (※아프간 정부가 인질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 상황과 '테러단체와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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