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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결별」 강령개정안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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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대흐름 따르자” 일 사회당 대변신/인기급락 위기감… 살아남기 고육책/당내좌파선 반발,채택 진통따를듯
일본 사회당이 13일 일본자위대·원자력발전소 등 지금까지의 기본정책을 대폭 손질한 당강령 개정초안(1993년선언)을 발표했다. 이 초안은 ▲자위대의 조건부 인정 ▲기존 원자력발전시설 인정 ▲미일 안보조약 및 한일기본조약 인정 ▲사회주의와의 결별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사회당의 이같은 방침전환은 공명당 등 다른 야당들과 큰 견해차를 보여온 자위대·원전·미일안보조약 및 한일기본조약에 대한 노선수정으로 연립정권 또는 연합을 모색하고 냉전붕괴후 국내외정세변화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즉 냉전붕괴후 이데올로기에 집착해온 비현실적 당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외면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 노선을 현실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때문이다.
사회당은 인기가 미니정당인 일본신당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시사평론가 모리타 미노루(삼전보)는 『만일 일본신당이 전국적으로 후보자를 옹립할 수만 있다면 차기선거에서 1백석을 차지,사회당을 능가할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사회당은 인기가 형편 없다.
이 초안은 지금까지 위헌이라고 주장해왔던 자위대에 대해 조건을 붙여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자위대는 자위력을 초과하는 것으로 위헌상태라는 기본인식을 버리지 않았다. 다만 비무장을 목표로 군축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자위력으로 규모를 축소할 경우 자위대를 허용하겠다며 우회적으로 합헌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한일기본조약을 무조건 승인하고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실현,남북한과 대등한 평화인권외교를 진척시켜 평화통일에 전면 협력하겠다고 했다. 사회당은 91년 임시 당대회에서 한국의 주권은 한반도이남에 한한다는 조건을 붙여 한일기본조약을 인정했었다.
미일안보조약의 경우 초안은 보편적인 안정보장이 확립될 때까지 미일안보조약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대체에너지가 확립될때까지 기존 원전시설을 인정하되 저공해와 안전을 철저히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에 근거를 둔 국민정당」「생활우선사회를 목표로 하는 국민정당」 등의 노선을 제시,사회주의와의 결별을 보다 선명히 했다. 그러나 사회당내 좌파의 반발로 이 초안이 강령으로 채택되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 집행부는 당초 「최소한의 자위력이 된 자위대는 합헌」이라고 못을 박으려 했으나 좌파의 반발로 「허용」으로 바뀌어 우회적으로 합헌을 나타내는데 그쳤다.
한편 공명당 등 야당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사회당의 안은 명확하지 않아 목표로 하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수권정당으로서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당이 이처럼 상당한 변혁을 시도했으나 자위대나 원자력발전에 대해 아직도 종전입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일본국민들로부터 얼마나 호응을 받을지 미지수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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