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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스튜디오 - 카레이싱 트랙 오가며 '행복 드라이브'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의 스타' 탤런트·가수·MC·카레이서… 류시원을 일컫는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오는 10월이면 영화배우라는 타이틀을 추가하게 된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게다가 일본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미 내년 스케줄까지 빡빡하게 짜여진 상태다. 국내에는 ‘맛대맛’ 녹화를 위해 매주 한차례 정도만 들어온다.
그는 눈코뜰새 없는 와중에도 레이싱(자동차 경주)에도 참가한다. 재능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얘기일 터. 한류 스타로 자리매김한 팔방미인 류시원을 만나봤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가벼운 옷차림의 류시원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용인에서 레이싱 연습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 했다. 생각보다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이마를 덮은 앞머리는 여전하다. 1994년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알릴 때부터 고수한 스타일이다. 그 당시엔 답답한 마스크라는 얘기도 무성했는데 이젠 그만의 고유한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연기 색깔도 한결같다. 성실하고 자상한 순수 청년을 대부분 맡아왔다. 늘 똑같은 배역에 본인은 지루할지 모르지만 시청자에겐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하지만 그는 요즘 변신을 꾀하고 있다. TV가 아닌 영화를 통해서다. 오는 10월 중순에 촬영에 들어간다. 데뷔 13년 만에 첫 스크린 나들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류시원을 보여주고 싶어요. 흥행 욕심보다는 나이에 걸맞는 성숙한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변화의 시기 앞에서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영화 데뷔치고는 늦은 감이 있는데 그동안 미뤄온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영화는 꼭 해보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도 꽤 많이 받아 왔고요. 그런데 저한테 적합한 배역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조바심을 내기 보다 기다림을 택한 그였다.
이러한 뚜렷한 주관과 뚝심 있는 성격이 그를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게 한 요인일지도 모른다. 4년 전 일본에 처음 진출한 류시원은 자신의 활동 사항을 미디어를 통해 알리지 않았다. “소위 ‘한류 스타’라 하면 굉장한 유명세를 치르는 줄 아는데, 사실과 달리 과장된 보도가 나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전 그걸 원치 않았죠. 대신 속으로 생각했죠. 3년 후에 두고 보자고.” 그는 스스로의 다짐을 일궈냈다. 이제는 도쿄 시내를 맘대로 걸어다니지 못할 정도로 유명인이 됐다. 지금껏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만 무려 9장(정규 4장, 싱글 5장). 신곡은 나올 때마다 오리콘 차트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이번 싱글 5집의 타이틀곡 ‘바빌론’은 당일 판매 순위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의 인기는 콘서트에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꿈의 공연장이라 불리는 ‘도쿄 부도칸(武道館)’에서 2005년부터 2년 연속 공연을 열었고,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에는 무려 1만7000여 명의 관중이 몰렸다. 어디 그뿐인가. CF는 물론 드라마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월, ‘돈도하레(점점 맑음)’에 유학생 역으로 5회 특별 출연해, ‘시청률 10% 상승’이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결국 오는 10월에 방영될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이달부터 촬영에 돌입한 상태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는 자신을 단련하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언어만 봐도 그렇다. 이동하는 시간을 틈타 일본어 회화 테이프를 듣고 현지 사람들과 몸소 부딪치며 언어를 습득했다. 이왕이면 통역을 배제하고 자신이 아는 단어와 몸짓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현지 사람들의 말을 유심히 들었다가 그대로 따라하기도 했다.
이렇게 독학으로 익힌 일본어는 현재 일상 회화가 가능할 정도로 유창하다. 발음 또한 개인 교습을 받았다고 생각될 만큼 정확하다. 당연히 공연 준비는 철저함 그 자체로 무장한다. 하루 6시간씩 노래와 춤을 각각 연습하고, 의상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고 진행하는 총 리허설은 ‘OK’사인이 날 때까지 한다. 허리에 통증이 와도 절대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그는 또다른 인생을 즐긴다. 바로 ‘카레이싱’이다. 1996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레이싱 체험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무지 좋아했어요. 제가 미대에 들어간 것도 자동차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였고요.” 그는 이듬해 국내 연예인 최초로 카레이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처음 2년간은 시합에도 출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드라마 작품을 연달아 하면서 당분간 쉴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제 20대는 일한 기억밖에 없어요. 이제는 좀 여유롭게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2003년 그의 질주가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해 2000cc 투어링 대회에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다이어리로 만들어 DVD로 제작했다. “제게 레이싱은 취미가 아닌 제 2의 인생입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연기자와 카레이서 둘 다 할 겁니다.” 힘이 실려있는 목소리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그의 진짜 취미 생활은 무엇일까. “사진이요.” 단번에 답이 튀어나온다. 한때 그는 미대와 사진학과를 놓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인물 사진을 좋아해요. 제가 사진 작가가 돼 상황을 설정하고 사람들을 찍어 주죠.” 실력도 꽤 수준급이다. 자신이 찍은 사진이 앨범 메인 사진으로 채택됐을 정도다. “저도 왠만한 장비는 다 있어요.” 맞은편에서 그의 표정을 담고 있는 사진 기자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토이 렌즈라고 아세요? 정말 특이하고 재밌어요.” 더이상 레이싱을 논하던 거친 야생마가 아니다. 사진 얘기에 흥이 올라 부드러운 미소가 가득하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그였다. 그만큼 인생에 대한 철학도 확실하다. ‘멋있게 그리고 착하게 사는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믿고 최선을 다하는 강한 남자, 류시원. 이미 삶의 여유를 즐기며 멋진 30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류시원이 추천하는 드라이브 코스

▶청풍문화재단지 -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충북 제천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중부내륙답사 1번지. 다양한 문화재와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교육장이다. 청풍 호반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단지 내에선 저속으로 운행해야 주변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6시, 입장료 어른 3000원, 무료 주차. 문의 043-647-7003

▶왕산해수욕장 -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
인천 용유도 서쪽 해안에 위치한 천연 백사장. 신공항고속도로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서울에서 1시간 걸린다. 경사가 완만하고 해수욕장치고는 아늑한 편이라 가족 단위 피서객들에게 인기다. 특히 해질녘 바다 빛깔은 황홀함 그 자체.
주변에 조개구이를 비롯한 맛집도 많다. 문의 032-760-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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