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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넘는 돈 댈길 “막막”/정부,용산 미기지이전 재검토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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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뒤늦게 78억불 추가 요구/“모두 한국측부담 합의”배짱
90년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합의됐던 용산 미군기지 이전문제가 재검토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 문제가 「의도적으로」정부쪽에서 제기되다가 민자당의 김종필대표가 11일 이 문제와 관련,『용산 미군기지 이전에는 약2조4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이전계획을 보류 또는 연기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물론 용산기지이전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간 공식적으로 이를 수정하거나 보류하자는 등의 제의는 아직 없는 상태다.
그러나 국방부쪽은 『한국에 새정부가 들어섰고 양국간 기지이전에 관한 기본합의각서 체결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상호 솔직담백한 의견교환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어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측 역시 『기지이전을 처음 요구한 것은 한국측이며 여기에 드는 모든 비용도 한국정부가 부담키로 합의됐기 때문에 한국측이 재촉하지 않는한 굳이 이 문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미국은 최근 해외주둔 미군기지를 통폐합해 나가는 과정에서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미정부차원의 기지통폐합 문제와 상호 연계시킴으로써 자국의 방위예산을 절감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용산기지이전 문제가 사실상 진퇴양난의 교착상태에 빠지게된 주요 원인은 기지이전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우리정부가 감당키 어렵게 됐다는데 있다.
지난 90년 6월25일 「한미간 기지이전에 관한 기본합의서」 체결당시 우리측이 먼저 이전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장기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용산 미군기지 교외이전문제를 처음 제의한 것은 지난 88년 6공 출범직후.
당시 노태우대통령은 대선공약의 하나로 「민족자존」을 기치로 내걸었으며 여기에는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비롯,▲평시작전통제권 환수 ▲군사정전위 수석대표의 한국군 장성임명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가운데 용산기지 이전은 오는 96년말부터 97년말까지 완료키로 합의했었다.
한국정부는 우선 1차로 지난해 용산골프장 폐쇄에 따른 대체용지로 성남골프장을 건설,미측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전에 계속될 경우 그 경비 조달은 막막하다.
정부가 예상했던 소요예산은 91년 당시 총1조8천억원,미측이 제시했던 91년당시 이전비용은 17억달러. 그러나 다음해인 92년 미국측은 다시 95억달러로 수정 제의해왔다.
그후 지금까지 미국측은 기지내 경계용역비·통신시설공사비·비품비 등 시시콜콜한 비용까지도 기지이전비용에 포함시켜 요구해왔다.
미국측은 지난해 한국내기지 13개를 폐쇄했고 올해도 10개를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측이 이전을 희망하고 있는 용산기지에 대해서는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한국군부대도 점차 도심에서 교외로 이전하는 추세인데 미국측이 굳이 서울시내 한복판의 기지를 고수하겠다는 태도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것은 노태우정부가 너무 서둘러 비용일체를 부담하겠다고 약속,발목을 잡혔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차제에 용산기지이전에 관한 기존 합의를 전면 백지화 해버리고 미군도 한국군의 교외이전 방침에 호응,스스로 이전하는 방향으로 재협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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