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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사/한­미 비난연설 1시간/안보리 결의안채택 막전막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국 거부권행사 포기 “사실상 동조”/유 대사 “태도바꾸면 대북정책 재고”
유엔안보리의 대북한 결의안표결은 15개 이사국 가운데 13개국이 찬성,2개국 기권으로 나타났으나 사실상 만장일치. 특히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안보리에서 최고의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거부권행사를 포기한 것은 「미온적인 찬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국제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은 여전히 안보리의 결의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다.
○…결의안 채택여부를 묻는 투표에 앞서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1시간여에 걸쳐 반박 연설,한국과 미국을 격렬히 비난했다.
○“자위조치 강요” 주장
박길연 북한 대사는 유엔안보리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지 말것을 경고,『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이는 우리에게 자위적 조치를 취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2시간에 걸친 안보리회의중 1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연설을 통해 미국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조종하고 있다고 비난,『핵문제는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는 워싱턴당국과의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의안이 합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우리에게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도록 몰아 이같은 상황을 조성한데 대해 공개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응연설에 나선 한국의 유종하대사는 『북한 박길연대사가 북한의 핵개발 시도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아직 국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개발계획에 개입하고 있음을 입증시킬 뿐』이라며 『만약 북한이 이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국은 대북정책을 재고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박.
유 대사는 그러나 『한국정부는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노력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고 『오늘 결의안이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씻어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취하게될 마지막 조치가 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대사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IAEA는 유엔회원국들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는 물론 사찰을 통해 자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
올브라이트대사는 『미국은 NPT가맹국들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치 않을 것』이라며 워싱턴이 북한과 고위급회담을 준비하고 있음을 북한측에 환기시키기도 했다.
올브라이트대사는 이어 『최근 IAEA의 방북을 환영한다』며 『이러한 협조관계가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피력.
올브라이트 미 대사는 또 이날 북한과의 설전에서 『지난 토요일이 내 생일날인데 북한 대사가 엉뚱한 소리를 해서 내 나이가 40년정도나 젊어지는 것 같다』고 조크.
○…하타노 요시오(파다야길웅) 일본 대사는 북한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른 조치들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 핵문제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관심의 초점이었던 중국측도 표결이전에 기본입장을 밝혔는데 아예 기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리 자오싱(이조성) 중국 대사는 『북한의 제재에는 반대하지만 한반도의 비핵화에는 전적으로 지지를 보낸다』면서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하며 표결에는 기권하겠다』고 천명.
리 자오싱 대사는 기권이유를 안보리가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안보리의 이번 조치는 긴장과 논쟁만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강력한 제재조치가 북한으로 하여금 과격한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대북한 제재에 반대했다.
○중,한반도 비핵화 지지
한편 중국과 함께 기권한 파키스탄은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졌을뿐 아니라,북한과의 군사적인 관계 때문일 것으로 유엔대표부측은 분석.
○…한 유엔외교소식통은 『안보리 결의는 NPT탈퇴를 결정한 북한의 김일성부자에게 국제사회의 흐름을 고려토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북한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NPT복귀 결정을 내릴 것인지의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 표결에 앞서 진행된 키프로스에서 활동중인 1천5백여 유엔평화유지군 요원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을 바꾸자는 영국 발의안에 15개 회원국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져 거부권을 행사,그 결과가 다음 표결에서 중국에 영향을 주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돌기도.
91년 12월 구소련으로부터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승계한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84년 2월 레바논관련 결의 저지후 이번이 처음이다.<유엔본부=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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