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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폭력배 공항선 “의원급”/법무부·세관심사 유유히 통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관원이 정씨·야쿠자등 “호위”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53)는 외국을 드나들 때도 공항에서 특급귀빈대우를 받으며 거물행세를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씨는 새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올해 초까지 미국·일본등 해외를 수시로 드나들었고 이때마다 공항관계기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법무부·세관의 출입국심사때 국회의원 버금가는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 공항직원들의 한결같은 증언.
정씨는 90년 8월 미국으로 이민간 다음달인 9월 입국한후 또한차례 출국한데 이어 91년 9회,92년 6회,지난 3월 귀국할 때까지 올해만도 세번등 83년부터 모두 31회에 걸쳐 해외여행을 한것으로 기록돼 있다.
일반인이 해외로 출국하거나 입국할때는 길게 줄을 선채 세관·법무부의 엄격한 심사를 받지만 정씨는 공항기관원의 안내로 공항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목에 힘주며 유유히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공항직원들은 특히 정씨가 관계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보안검색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됐더라도 정씨를 호위하는 기관원이 정밀검색을 생략하도록 해 LA호화저택 구입자금등 국내에서 슬롯머신으로 벌어들인 돈을 계속 해외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정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김포공항을 통한 총기 반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씨외에도 정씨의 동생 덕일씨,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의 이승완씨등 국내폭력계 거물들이 해외로 드나들때 어김없이 관계기관원의 「인사」를 받아 이들 폭력조직들이 보안기관의 비호를 받고 있었음이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 폭력조직의 초청으로 한국으로 입국하는 야쿠자등 일본 폭력조직에까지 귀빈예우를 해주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었다.
관계기관원이 정씨등 국내폭력조직의 거물이나 일본 야쿠자등의 총대를 멜때는 3∼4명이 서로 앞뒤로 이들을 에스코트하면서 세관·법무부직원들에게는 「국내 재계인사」,「일본 재계의 거물」등으로 부르며 특별대우를 요구했었다는 것이다.
세관의 한 직원은 『떡 벌어진 어깨에다 큰 덩치,하나같이 험상궂은 얼굴을 보면 누구나 「국내 재계인사」는 국내 폭력조직,「일본 재계의 거물」은 야쿠자라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관계기관원들은 이들에게 「꺼벅 죽더라」』고 말했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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