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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벡 떠난 올림픽팀 '홍명보 카드'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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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3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입국장에서 "감독 사퇴 결심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대한축구협회가 핌 베어벡 국가대표팀 감독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였다. 축구협회는 31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소집해 후임 사령탑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영철 축구협회 홍보국장은 30일 "인도네시아에 머무르고 있는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30일 낮 베어벡 감독과 통화를 해 사퇴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베어벡 감독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가삼현 사무총장이 30일 베어벡 감독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사의를 수용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베어벡은 정 회장과의 통화에서 "지난 1년간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확인했고, 한국 생활에도 만족한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과 이번 아시안컵에서 기대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사퇴 결심을 했다. 네덜란드에 있는 부친의 병환과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점 등 개인 사정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유 국장은 전했다.

국가대표팀과 올림픽팀을 동시에 맡고 있던 베어벡의 사퇴가 확정됨으로써 후임 인선이 급하게 됐다. A대표팀은 내년 2월까지 경기가 없어 서두를 필요가 없지만, 올림픽팀은 8월 22일 우즈베키스탄전을 시작으로 줄줄이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이 기다리고 있어 수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

현재 거론되는 올림픽팀 감독 후보는 홍명보 현 대표팀 코치와 김호곤 축구협회 전무다. 홍 코치는 대표팀과 올림픽팀에서 베어벡과 호흡을 맞춰 선수들을 잘 알고, 베어벡이 조직화한 전술을 숙지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일 올림픽팀 평가전에 '임시 감독'을 맡은 적 외에는 사령탑 경험이 전혀 없다는 약점이 있고, 그동안 "베어벡 감독과 진퇴를 함께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30일에는 "베어벡 감독과 상의하겠다"고 말해 수용할 뜻이 있음을 비췄다.

김 전무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을 맡아 사상 첫 올림픽 8강을 이룬 베테랑 지도자다. 아테네올림픽 최종예선에서 6전 전승(무실점)을 달성했을 정도로 아시아권 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협회 실무를 맡고 있는 상황이어서 '구원 투수'로 투입하려면 정 회장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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