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49억달러에 해외기업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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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두산그룹이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미국 잉거솔랜드의 밥캣(소형 건설 중장비), 어태치먼트(건설부설 장비), 유틸리티(건설편의 장치) 세 사업 부문을 49억 달러(약 4조5000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미 뉴욕에서 열린 계약식에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과 현지 중장비 업체인 잉거솔랜드의 허버트 헨켈 회장이 참석했다.

이번 계약은 1995년 LG전자가 디지털TV 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한 금액(3억6600만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M&A 거래다. 두산의 종전 M&A 중 최대 규모는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1조6880억원이었다.

인수한 세 부문은 미국과 유럽 등지 2700여 곳의 딜러망과 프랑스.체코 등 6개국 생산공장을 갖췄다. 밥캣은 미국과 유럽 시장점유율이 각각 38%와 43%로 대중적인 브랜드로 통한다. 지난해 세 부문은 26억 달러 매출에 3억7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잉거솔랜드 전체 매출(114억달러)의 23%를 점한다. 135년 역사의 잉거솔랜드는 매각 대금으로 운송과 환경 등 다른 주력 부문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금은 두산인프라코어가 7억 달러가량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밥캣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인수금융(LBO)을 활용해 조달할 계획이다. 한국산업은행이 인수금융의 주간사를 맡는다. 이 역시 국내 회사의 해외 인수 금융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중대형 건설중장비 부문이 강하고, 밥캣은 소형 중장비 부문에서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갖춰 빈틈없는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또 두산은 중국과 아시아의 건설중장비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밥캣은 미주와 유럽권의 선두여서 마케팅 권역이 다양해졌다. 제품과 지역을 교차시키면서 세계 건설중장비 시장을 더 파고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박용만 부회장은 계약 직후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축의 글을 올렸다. 그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인수로 세계 19위의 건설중장비 회사에서 7위로 올랐다.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두산'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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