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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추궁 “국방위 달라졌다”/여 두둔 안해주고 야 전문가 포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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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 비군출신 주류 “거북한 말도 할 수 있다”/민주 예비역장성 4명 “지피지기”정곡찔러
흔히 말하는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군이 더이상 성역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국방위도 운영면에서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우선 육·해·공군 예비역장성들로 포진해 있던 국방위의 여당측구성에 큰변화가 일어났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율곡사업·군인사비리등에서 종전처럼 여당의 엄호사격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반면 야당엔 장성출신의원이 5명이나 돼 해박한 군사지식과 정통한 군내부정보를 근거로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고 있다. 국방부로선 「짜고 치는 고스톱판」과 같았던 옛날이 그립게 됐다.
○…이번 임시국회 국방위의 외형상 가장 큰 변화는 여당의 문민화 현상이다. 우선 육군대장출신 유학성 전위원장(재산공개 파문으로 사퇴)의 뒤를 이어 민주계의 신상우위원장이 의사봉을 잡았고 민자당의 군출신 의원수가 줄어든 것이다.
작년 정기국회때만 해도 당시 노태우대통령의 처남이라는 점과 3성장군출신이란 점에서 상임위에 앉아만 있어도 빛이 났던 김복동의원이 없어졌다. 김 의원의 측근이자 해병대사령관출신인 박구일의원도 민자당에서 국민당으로 옮긴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외무통일·행정위로 위원회를 바꿨다. 군출신 민자당의원 3명이 줄어든 것이다.
현재 민자당 소속 국방위원 10명(신위원장 포함)중 군인출신은 권익현(육사 11기)·윤태균(육사 13기)의원과 공군중장으로 예편한 곽영달의원(공사)등 3명뿐이며 이들은 모두 전국구의원이다.
민간인 출신 7명은 안기부 출신의 초선 서수종의원외에는 이한동·정석모·최형우·황명수·김종호·신상우의원등 모두 중진급이다.
반면 야당의원 7명중 민간인출신은 민주당의 권노갑·정대철의원뿐이다. 군장성출신의원은 보안사령관출신의 강창성의원을 비롯,임복진(2군부사령관)·장준익(육사교장)·나병선(6군단장)의원등 민주당에 4명,국민당에 이건영의원(3군사령관)이 버티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방위는 위원장과 답변석에 앉은 국방장관,집권여당의 의원들이 거의 육사 또는 군장성출신이어서 흡사 재향군인회 정기총회장을 방불케했다. 그런 모습은 3공이래 전통처럼 굳어있었다.
민자당에는 약 20여명의 장성 또는 육사출신 의원들이 있으나 이들은 가급적 군출신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을겸 새로운 분야 공부(?)를 위해 다른 상임위를 선택했다.
신위원장은 10일 오후 첫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국방위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군이 듣기 거북한 말들도 나올 수 있으며 국방부는 이를 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다소 긴장시켰다.
○…국방위의 야당의원들이 이처럼 대부분 군출신인 반면 민자당의원들이 상대적으로 군에 대해 비전문가라는 사실은 10일의 상임위 질의내용에서 잘 드러났다.
첫 질의를 한 임복진의원은 『차세대전투기는 2000년대 30년이상 우리의 주력기 역할을 해야한다』며 『F­18 선정을 고려했을 당시는 미래 주변국 정세를 예측하고 장차의 작전요구를 주요소로 고려한 것으로 아는데 왜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F­16을 선택했느냐』고 물었다.
임의원은 무기체계에 대해 질문하면서 「공대공 중거리 유도무기인 AMRAAM(암람)」「전천후 유도탄 AIM­7」「전자전장비 ASPJ」등 무기관련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해 취재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강창성의원도 전력증강사업에 얽힌 갖가지 의혹을 제기한뒤 『5공출범이후 육군의 주요 보직 30개에 비하나회출신은 한사람도 보임된적이 없었다』고 군인사 난맥상의 핵심을 찔렀다.
장준익의원은 K­1전차사업의 포수조준경 변경에 따른 국고손실여부등을 추궁하면서 전문적인 부품용어를 많이 사용해가며 권영해국방장관을 물고늘어져 국방부 실무진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확연했다.
장의원은 『전차의 성능시험은 양궁의 채점처럼 목표물의 가장 한가운데를 맞힐때 높은 점수를 주는 NATO식으로 해야하는데도 우리 육군은 단순히 목표물을 맞히는지 여부만을 따지고 있어 잘못』이라고 전문가다운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에반해 이날 민자당의원중 유일한 질문자인 서수종의원은 『군이 속히 안정을 찾아 본연의 임무에 정진하길 바란다』고 말문을 연뒤 군인사 비리로 구속됐던 장성등을 기소유예한 이유만을 추궁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국방위에 출석했던 해·공군총장을 비롯한 군장성들은 휴회시간을 이용,야당의 군출신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할테니 잘도와달라』고 인사하는등 「적을 알고 공격하는」군출신의원들에게 연신 허리를 굽혔다.
결국 10,11일 이틀간의 국방위에서 야당측은 군출신의원들의 전문지식과 정치공세를 곁들여 국방부측을 물고 늘어졌으며 민자당의원들은 이같은 야당의원들의 공세를 대신 막아주려고 하지않아 달라진 국방위를 실감케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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