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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은총재 "고용 없는 성장 남북경협으로 뚫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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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앙은행의 수장(首長)이 우리경제의 외화내빈(外華內貧)을 걱정하고 나섰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회복단계에 들어선 것 같지만 매우 완만하고 불확실한 모습이며 이런 지체 현상이 꽤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답답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타개책으로 남북경협 카드를 제시했다.

朴총재의 이런 발언은 경기가 곧 살아난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6%까지 높여 잡은 정부의 진단과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 경제는 올해 5%대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고 재정경제부가 예상하는 대로 6%대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고용 없는 성장'의 모양새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국 효과(특수)'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일부 대기업과 정보기술(IT) 업계가 성장을 주도하지만 고용과 밀접한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이 계속 어려워 상반기 안에 경기가 나아진다는 체감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朴총재는 투자 등 내수 진작을 가로막는 산업공동화의 주범으로 ▶비생산적 정치 ▶투쟁적 노사관계 ▶비능률 교육 ▶비싼 주거비 같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사업하기 힘든 여건을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당장의 대안은 남북경협뿐"이라고 말했다. "북한 방방곡곡에 우리 중소기업이 진출해 산업공동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얘기다.

朴총재는 이날 콜금리를 동결하면서 "원자재 가격이나 공공요금 등 하반기 물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경기회복을 촉진해 고용을 늘리는 게 더 급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날 금통위는 콜금리(한은과 시중은행 간 거래금리)를 6개월째 연 3.75%를 유지하기로 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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