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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외길 38년… 「목련장」 받은 전순자교수(일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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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거울」”/바른예절 습관 몸에 배도록 솔선수범/「돈봉투」는 특별대우 바라는 과욕때문
제12회 스승의 날(15일)을 맞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는 전순자 서울 신남국교교사(56·서울 양천구 신월7동 신안아파트).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55년이후 38년간을 평교사로 재직해온 그는 「교육이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최선을 다해 가르침을 실천에 옮기려 노력해온 사람이다.
「무슨일을 하든 각자가 자기자리에서 최선을 다할때 사회가 견고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경주 이화,대구 동인,서울 도림·봉천 등 열두학교를 옮겨다니면서도 그때마다 「학생지도에 혼신을 다하면서 불우어린이와 이웃에도 남다른 사랑을 쏟고 학습지도 방법개선을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해온 점」이 크게 평가됐다. 그러나 그는 『내세울 것이 없는데 정말 부끄럽다』는 얘기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38년이라는 긴세월을 어린이들의 선생님으로 재직해 오셨는데 평생을 교사직에 몸담게한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제가 경북 고령국교 5,6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던 김문배선생님을 잊을수 없습니다. 그 어려운 산골에서 한 아이라도 더 중학교에 진학시키기위해 저녁늦게까지 아이들을 붙잡고 모르는 것을 깨우칠 때까지 가르치셨던 아름다운 모습에 감화돼 선생님이 된것 같습니다. 또 이 경우처럼 말과 행동이 아이들의 일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늘 조심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스스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노력하셨습니까.
『말과 행동과 언어가 예절바르면 나쁜 사람이 돼라해도 되지 않습니다. 어릴때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예절바른 습관이 몸에 배도록 지도에 신경썼어요. 아이들은 곧 교사의 행동을 거울처럼 보여주기에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지요. 우리반을 거쳐간 아이들의 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선생님반을 거친 아이들은 정말 다르다」는 얘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38년간 지방과 서울에서 열두학교를 옮겨다니면서 자녀교육,새로운 환경에의 적응 등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특히 남의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정작 내자식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선생님직업을 가진 분들은 더 갈등이 많을텐데요.
『아이들이 「우리엄마가 선생님」이라는데 자부심이 대단히 커 스스로 엄마를 이해하려 애를 많이 쓴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대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저녁시간에는 가급적 TV도 켜지 않고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너무 즐거워 한번도 이 일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으니 천직이랄 수밖에요.』
­국민학생교육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교사의 가정방문,학부모의 촌지문제,체벌교육의 문제 등입니다. 이에대해 고민도,생각도 많이 하셨을텐데요.
『교육은 가정과 학교,사회가 혼연일체가 돼야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가정방문의 폐단이 지적되고 있는만큼 전가정은 아니더라도 교사가 파악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어린이의 부모는 가정 또는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서로 협조해야 합니다. 촌지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조차 거북스러운데 결국 학교교육을 너무 경시하는데다 자신의 아이만 특별대우를 받도록 하려는 부모들의 과욕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요즘의 교육부조리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빚어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 체별과 사랑의 매는 구별돼야 하며 사랑의 매는 어린이의 잘못을 바로잡는데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처음 교사생활을 할 때와 요즘의 아이들은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을 하실텐데요.
『입학할 때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들어온 탓인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별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히 수업시간의 태도도 예전과는 아주 다릅니다. 대신 한글을 깨우치지 못해 교사의 애를 태우는 학생은 이제 없다고 봐야지요. 물론 교실에서 대소변을 못가려 교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아이도 거의 없어졌어요.』
­바람직한 교육자상은 어떤 모습이라 여기십니까. 그리고 오랜 재직기간중 보람도 많으셨겠지요.
『자신이 한 말에 철저히 책임질줄 아는 사람,교직을 단지 생계지책을 위한 직장으로 생각하기보다 미래의 주인공을 기른다는 철저한 사명의식과 이를 즐거워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교사가 돼야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남몰래 사랑을 실천한 경우 뿌듯함이 크지요. 교육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2천여명이 제 가르침을 받고 떠나갔는데 겸손과 예절을 강조한 내말을 결코 쉽게 잊지는 않았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는 경제사정으로 인해 끼니를 걸러야하고 평소 부모사랑을 받을 수 없는 일부 어린이들을 위해 조용히 식비를 대주기도 하고 학용품·옷가지를 사주는 등 늘 불우어린이들에게 사랑과 용기를 심어주는 일에 신경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역사회의 어머니들을 위한 취미교실·알뜰시장 등을 열고 지역사회에 수재민발생 등 어려움이 생겼을 때는 이에 동참,학교와 사회를 잇는 가교역할을 해왔다. 그는 개인사업을 하다 은퇴한 한태권씨(61)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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