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별빛 아래 펼쳐지는 한여름 영화축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호 20면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 바다가 지척인 상영관은 아니지만 정동진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에서 느끼기 힘든 정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진영화제는 지방에서는 접하기 힘든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 모든 영화를 야외에서 무료로 상영하므로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볼 수 있고, 낮에는 수구와 야구 경기처럼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한 다양한 부대행사를 준비한다. 정동진영화제 사무국은 해변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는 재미도 빠뜨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올해 정동진영화제는 단편 17편과 장편 2편을 준비했다. 극영화 12편과 다큐멘터리가 3편, 애니메이션 4편이 올해의 프로그램. 어머니가 죽은 다음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인 ‘도둑 소년’, KTX 여승무원들의 지난한 투쟁을 그들 자신의 손으로 찍은 ‘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 우울증에 걸린 어린이 방송 속의 펭귄을 담은 ‘아기 펭귄이 우울증에 걸렸어요’, 연상의 여성에게 순박하고도 미묘한 애정을 느끼는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 ‘진영이’,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검술의 세계를 소재로 삼은 ‘도시락’, 외국인 여성 노동자를 짝사랑하는 외로운 남자의 하루를 좇는 ‘바람이 분다’ 등이 상영작이다. 대부분 지난해와 올해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이기도 하다.

자그마한 영화제인 정동진영화제는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 낮시간을 위해 다양한 여행코스도 추천한다. 7번 국도를 따라가면 ‘헌화가’의 배경이라고 하는 헌화로가 나오는데 한쪽으로는 기암절벽을 끼고 있고 다른 쪽으로는 물거품을 맞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바다가 있다. 그 헌화로를 지나면 나오는 금진항에서 정동진 앞바다를 도는 유람선을 타는 것도 영화제 추천코스. 가까운 강릉 경포 방면으로 나가면 경포 해수욕장과 오죽헌, 허균과 허난설헌 생가, 영화 ‘황진이’를 찍은 선교장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화관’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정동진영화제. 여행과 영화와 밤하늘과 여름 바다가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영화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