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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16> 인수합병(M&A) 뒤 부작용이 큰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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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20면

Q. 수많은 기업이 M&A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문화가 달라 합병이 화학반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많은 기업이 기업문화 차이 등을 왜 고려하지 않나요?
(뉴저지 캄덴에서 캐런 페너가) 

포로에게 총을 뺏기지 마라

A. M&A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유난히 숫자를 중시합니다. 주당수익비율(PER), 부채비율, 자본수익률(ROE) 등만을 유심히 살펴본다는 얘기입니다.

M&A 작업이 시작되면 재무분석이 늘 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략적 차원의 문제는 부차적입니다. 숫자를 따져본 결과 M&A를 할 만해야 기업의 문화·정서적 차이를 살펴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M&A 작업이 시작되면 추진하는 사람들은 사들일 기업의 매력에 취하기 십상입니다. 밀고 당기는 흥정의 열기도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M&A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눈감기 일쑤입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M&A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십시오. 열풍에 취하지 않고 차분하게 추진했더라면 성공했을 법한 M&A 사례가 많지 않습니까? 몇몇 기업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따져 제대로 했습니다.

그러나 한 기업을 두고 매수경쟁을 벌인 상대가 있다면, 터무니없는 값을 치르는 사례가 많습니다. 통합 이후 제대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살펴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바로 인수한 회사와 인수된 기업 간 화학결합의 실패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들이는 쪽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다는 점입니다. 인수될 회사는 경쟁을 붙여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합니다. 사들이는 쪽은 어떻게 해서든 M&A를 성사시키고 싶어 합니다. 많은 것을 양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M&A를 했지만 잘해야 본전이지요.

자칫하면 포로에게 총을 빼앗기는 상황에 처합니다. 이후 벌어질 일은 뻔합니다. M&A 성사 뒤에도 인수된 회사의 임직원들은 구조조정 등에 극렬히 저항하기도 합니다. 마치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행동합니다. 그들은 “당신들은 이 산업의 특징을 몰라. 우리에게 맡겨두는 게 좋아. 나중에 배당 수익이나 챙겨”라고 배짱부리기 일쑤입니다. 사정이 이쯤 되면 인수한 쪽은 ‘내가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이 회사를 사들였지’라고 자탄할 수밖에 없지요.

실제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미국의 보스턴 사이언티픽 코퍼레이션입니다. 보스턴은 2004년 7억4200만 달러에다 몇 가지 양보를 곁들여 바이오테크 업체인 어드밴스드 바이오닉스를 사들였습니다. 어드밴스드는 청력 등을 개선할 수 있는 전자의료장치를 생산합니다.

M&A 작업이 진행되던 때 어드밴스드는 적자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보스턴 쪽은 어드밴스드가 나중에는 황금알을 낳아주고 중요한 미래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보스턴과 어드밴스드는 법정에서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분쟁의 핵심은 M&A 협상과정에서 이뤄진 양보 건입니다.

두 회사가 흥정할 때 어드밴스드의 오너인 앨프리드 만은 M&A 이후에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어떻게든 딜을 성사시키는 데 급급한 보스턴 쪽은 흔쾌히 “예스”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보스턴 쪽은 70대 후반인 앨프리드 만이 조만간 은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가 어드밴스드를 경영하는 동안 자신들의 뜻을 존중해주리라 여겼습니다. 적어도 그가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으리라 기대했습니다. 불행하게도 보스턴의 희망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보스턴은 지난해 7월 앨프리드 만에게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그가 어드밴스드의 구조조정에 저항한 게 이유였습니다. 그는 보스턴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자신이 원할 때까지 어드밴스드의 경영을 책임지기로 계약했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앨프리드 만은 1심 재판에서는 이겼습니다. 이 건은 현재 연방 항소심에 올라가 있습니다.

제3자 처지에서 보스턴과 어드밴스드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지 쉽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로에게 총을 빼앗긴 꼴이어서 보스턴의 M&A는 돈(인수가격)값도 못하는 모양새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서둘러 도장 찍고 싶은 욕망을 꾹 누르십시오. 보스턴과 어드밴스드 꼴이 되지 않기 위해 계약서에 안전장치를 명문화해 둬야 합니다.
앨프리드 만처럼 기존 오너가 회사 경영을 계속 맡겠다고 나서면,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내쫓을 수 있도록 계약서에 기한을 정해놓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포로에게 내 총을 빼앗기는 꼴을 당하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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