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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고지 찍고 몸살 난 증시, 전문가 100인에게 물어보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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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22면

 “쉬는 게 필요하다. 그렇다고 단단했던 오르막길이 부서진 것은 아니다.”
국내 증시의 최고 큰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구재상 대표는 이번 설문에서 3분기 중에 조정다운 조정이 있을 것으로 짚었다. “그동안 과속한 만큼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구 대표는 “지수가 1800대 중반까지 내려가면 다시 튀어오를 것”이라며 “조정을 통해 에너지를 축적한 뒤 증시는 한 단계 높은 고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찬바람 불면 조정 끝나, 연말 2200선”

구 대표는 올 상반기 대세상승 장세에서 전도사 역할을 했다. 지난 1분기 중 투자자들이 지수 1400대에서 펀드 환매에 대거 나서자 그는 “곧 큰 장이 펼쳐질 테니 조금만 참아보라”고 호소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었다.

이번 설문엔 증권사 영업맨, 운용사 펀드매니저, 은행 프라이빗뱅킹 팀장, 운용사 사장 등 100명이 참여했는데 “8월에 조정이 온다”는 사람이 24명으로 1위였다. 9월·10월이 뒤를 이었다. 고수들의 안테나엔 저만치 다가오는 폭풍전선이 잡혔던 것이다.
신한은행 잠실 PB센터의 정해원 팀장은 족집게처럼 짚어냈다. 그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의 부실 위기로 8월에 조정이 찾아올 것”이라고 답했다. 올 들어 ‘마켓스타 펀드’로 가장 많은 투자자 돈을 끌어 모은 KTB자산운용의 장인환 사장도 ‘3분기 조정’을 예상했었다. 그도 “조정다운 조정은 중국의 경기과열과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같은 해외발 악재에서 온다”고 봤다.

조정의 회오리가 어디서 몰아칠지에 대해서도 고수들의 견해는 비슷했다. 나라 안팎의 금리가 올라 증시 돈줄이 마르면서 주가가 떨어질 것(33명)이라는 예상이 가장 많았다. 중국의 긴축(14명)과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7명)에서 조정 파고가 닥칠 것이란 전망이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조정의 서곡은 서브프라임 악재를 통해 울렸다.

그러나 고수들은 대세상승의 큰 물줄기가 두 동강 나듯 끊기진 않을 것으로 봤다. 그들의 목표점은 평균적으로 2009년 4월에 맞춰져 있었다. 올해 시작된 주가상승 레이스가 바통을 이어받아 이때까지 간다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주가는 최고 3000선 고지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CS자산운용의 백경호 대표는 “중국발 대형 쇼크 말고는 상승세를 꺾을 요인이 별로 없다”며 “4000선까지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봤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조재민 사장은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지수의 정점은 2500으로 본다”며 “그 지수를 넘으면 주가수익비율(PER)도 16배를 초과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궁금한 건 당장 코앞에 닥친 회오리다. 상반기의 짭짤한 농사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수 있는지, 폭풍우가 언제 그칠지 알고 싶다. 고수들은 연말 지수가 지금보다는 분명 높을 것으로 봤다. 평균적으로 종합주가지수는 2200선, 코스닥지수는 920선까지 오른다는 기대감이 충만했다. 그러나 연말까지 5개월 남았다. 그때까지 300포인트 정도 더 오른다는 전망이다. 올 들어 7개월 동안 600포인트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달콤한 급등세는 꿈꾸지 말라는 소리다.

만약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그 다음 고민은 어떤 종목에 투자하느냐다. 주가가 많이 오른 탓에 ‘살 만한 주식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100인의 고수들은 2000시대를 주도할 ‘으뜸 종목’으로 정보기술주(46명)를 주저없이 꼽았다. 삼성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과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등이 회복하면서 IT주식이 미인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서 IT주와 막판까지 일 합을 겨룬 ‘버금 종목’은 증권주(44명)였다.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해 증권사들이 쑥쑥 자랄 멍석이 깔렸다는 기대감에서다. 2009년부터 자통법이 시행되면 주식 위탁매매·자산운용·선물거래 등의 칸막이 규제가 사라져 회사 하나만 세우면 모든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은행 강남PB센터의 조선희 팀장은 “증권사 간 인수합병(M&A) 기대감으로 증권주들이 조명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와 소비가 살아난다는 희망에 기대 내수주가 동메달을 땄다. 상반기 폭발적인 상승률로 초특급 대어(大魚)였던 조선주가 뒤를 이었다. 선박 주문을 계속 따내면서 호황이 멈추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많았다. 은행주는 증권주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심리로 많은 표를 얻었다.

직접투자를 꺼리는 투자자들을 위해 어떤 투자상품이 2000시대의 주연배우 노릇을 할지도 물어봤다.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와 인디펜던스 펀드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 펀드는 6년간 누적수익률이 700%를 돌파하며 국산 펀드의 간판주자로 자리 잡은 힘을 보란 듯이 과시했다. 다만 한 펀드매니저는 “대장 펀드인 만큼 더욱 투명하게 잘 운용해야 한다”는 숙제를 주문했다. 이어 한국밸류자산운용의 ‘10년 투자 펀드’가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펀드를 굴리는 이채원 전무는 가치투자 전도사로 유명한데 고수들 사이에서도 스타였다. 장기투자 문화의 본보기를 보여줄 상품이란 칭찬이 많았다.

중소형사 중에선 신영투신의 ‘마라톤 펀드’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저평가된 회사, 경영철학이 분명한 기업,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업체’에 투자한다는 장기 철학을 갖고 3년간 수익률이 최상위권(245%)을 기록할 정도로 잘 뛰었다는 점이 평가받았다. 대세상승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도 순위에 올랐다. 주가지수를 따라 오르내리는 상품인 만큼 ‘시장의 힘’이 소진되지 않는 한 과실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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