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한목소리… 방법엔 이견/여야대표 국회연설 분석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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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체중실린 정치·공직쇄신 발언 여/형평성 강조 과거청산도 촉구 야
29,30일 이틀간 진행된 김종필 민자·이기택 민주당대표의 국회연설은 오늘이 과연 「개혁의 시대」임을 실감케 했다. 양당 대표는 한결같이 현시국을 역사적 전환기로 보고 모든 분야에 걸친 과감한 개혁이야말로 국가도약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을 강조했다.
두대표는 특히 정치개혁이 「사자 어금니」처럼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그것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는데는 몇가지 방법론적 차이점을 드러냈다.
경제문제와 관련,양당대표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은 비슷하게 내렸다. 두대표는 따라서 이제는 과거의 개발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으며 근본적 개혁이 시급함을 천명했으나 구체적 처방에 있어서는 역시 생각이 상당히 달랐다.
○경제진단은 비슷
이밖에 남북한문제·교육문제등에 대해서는 여야가 각자의 입장을 잘 헤아린듯 과거처럼 큰 견해차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우선 시대정신과 관련,김 대표는 야당이 긍정평가할 정도로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민족 존립 차원에서 변화와 개혁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완성해갈 것』『우리의 발전을 가로막는 질곡과 멍에와 족쇄를 끊고 없앨 것』이라며 『개혁은 국민 합의아래 중단없이 성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김 대표는 특히 『정치개혁 없이는 다른 모든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정치개혁이야말로 총체적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정치공해라고까지 비하되고 외면받는 오늘의 정치현실은 반드시 환골탈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를 위해 ▲돈드는 선거풍토부터 바꾸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정치부패를 없애며 ▲공직자 윤리법의 합리적 개정등으로 공직사회를 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김영삼대통령 개혁의 약점을 의식한듯 『국회가 정치개혁의 산실이 되고 제도와 정책이 지배하는 법 통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야당도 합리적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 광주문제 해결과 국가보안법·안기부법의 전향적인 손질을 약속,역시 과거 여당대표와는 달리 면모를 보여줬다.
○야 일단 후한 점수
이같은 집권당의 개혁의지에 대해 민주당 이 대표는 일단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 대표는 『김영삼정부의 개혁의지는 긍정평가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야당대표답게 새정권의 개혁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시각을 표출했다. 그는 『동일한 부정을 저지르고도 누구는 권력으로부터 비호되고 누구는 법적 처벌을 받는,형평성이 상실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중인 개혁이 과연 올바른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있는가,기준과 원칙은 제대로 서 있는가』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그래서 새정부의 개혁을 「실체없는 개혁」이라고 비판하고 『이같은 독단적이고 원칙없는 개혁은 결국 과거로 회귀하고 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참된 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사정의 주체부터 깨끗해야 하고 부정의 당사자라면 전직 대통령까지도 포함하는 성역없는 과거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과거청산을 위해 국회에 「6공비리조사특위」를 설치하고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야 하며,「광주의거특위」도 재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체가 깨끗해야
그는 이밖에 국가보안법·안기부법등 비민주악법 개폐와 부정축재자 재산 국고환수조치등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강조했으며 단골메뉴인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조속실시를 촉구했다.
경제문제와 관련,민자당의 김대표는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등 경제활력 회복이 주목적인 「신경제」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최대 관심사인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추진 방안을 마련,반드시 실시할 것』이라는 의지만을 표시했다. 김 대통령 공약인 쌀시장개방불가에 대한 의지표명도 있었다.
민주당의 이 대표는 그러나 「신경제」에 대해 『서민과 근로자의 봉급을 동결하는 반면 재벌에는 여신규제를 완화하는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으로 고통의 분담이 아니라 고통의 전가』라고 혹평했다. 그는 대안으로 ▲금융실명제 즉시 실시 ▲재벌 기업확장 방지를 위한 「기업전문화 촉진법」제정을 제시했다.
남북한 문제와 관련,두 대표는 공히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철회를 촉구했다. 또 교육현안의 하나이자 이 대표가 조속 해결을 요구한 전교조 해직교사 복직문제에 대해 김대표는 성의를 보이겠다고 약속했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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