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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때 돈봉투/해외여행비 갹출/경조사이용 상납/군 진급비리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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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공군 노골적 육군은 암암리/돈없는 부인 상관집 노력봉사
전직해군참모총장의 진급관련 뇌물수수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공공연하게 통용돼왔던 군의 각종 금품수수 행태가 화제로 등장하면서 군의 부조리 유형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금품을 주고받은 행위가 사회전체에 만연해 특별히 군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좁은 진급의 문을 뚫기위해 치러지는 군인사회의 금품수수행태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은 자칫하면 자격이 미흡한 군인을 고위직에 진급시킴으로써 군전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
군에서 진급이나 보직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뇌물 주고받기」는 오래된 관행.
○숯구워 자금마련
군별로 보면 역시 장성진급정원이 적은 해·공군쪽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육군의 경우는 권력형 뇌물구조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 좀처럼 노출되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육군의 경우가 이처럼 은밀하고 권력형으로 변한 것은 75년 이세호육참총장시절 거액의 돈을 주고 「별장사」를 한것이 곪아터져 이 총장이 물러나는 등 군부패사건으로 인한 물의로 큰 파문이 일었기 때문.
◇부인통한 상납=건군초기부터 일관된 유형으로는 지휘관의 부인이 주역으로 등장하며 수표보다는 대부분 현금이 널리 사용된다는 점이다. 특히 진급 및 보직을 목적으로 한 뇌물일 경우 더욱 그렇다.
자유당시절엔 이 자금을 조달키위해 부하장병들로 하여금 벌목을 시킨 다음 숯을 구워 팔아 군자금을 마련하거나 군수품중 일부를 임의로 민간에 팔아넘기는 고전적인 방법이 유행했었다.
또 부인이 직접 상관 숙소에서 온갖 가사노동을 도움으로써 몸으로 떼우는 식의 방법도 들 수 있다.
자유당시절엔 국회가 장성진급 동의권을 갖고 있어 예비장성들의 국회국방위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작전은 사뭇 치열했다. 당시 전방의 한 대령은 자신의 지프를 모 국방위원에게 선물,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금형=군의 위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유신시절엔 군위상이 높아지자 뇌물공세도 치열해졌지만 이를 이용한 고위직들이 적극적으로 별자리를 놓고 장사.
장성진급은 대통령만의 고유권한이 됐고 따라서 진급을 둘러싼 로비전은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실세군인들의 독점사업이 됐다.
3심제가 도입되기 이전상황에서 장성진급권은 일단 각군 총장에게 집중돼 있어 뇌물요구가 구조화 되다시피했다.
75년 당시 이세호육군참모총장의 진급관련 뇌물파동이 대표적인 예.
이 사건으로 이 총장은 당시 임기도중 전격예편 조치됐는데 총장부관으로 있던 하모 대령이 진급심사때 진급대상자들을 상대로 은근히 금품을 요구,실제로 진급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막강실세로 부각. 여기에 이 총장 부인이 사실상 총사령관이 되어 계급에 따라 액수까지 정해 주었다.
○부인이 액수정해
그때만해도 대령은 1백만원,준장은 1천만원이 공정가격이었다고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군관계자는 말한다.
육군은 당시 하 대령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추진,하 대령을 파면조치하고 관련장교 10여명을 예편조치했다. 당시 이 총장의 수뢰액은 모두 5억여원.
◇해외여행 여비=임기중 또는 임기말 10여일정도 관행으로 시행되고 있는 육·해·공군 참모총장 부부동반 해외여행때 일부 군의 참모들을 비롯,주요 지휘관들이 「여비」 명목으로 금품을 공공연하게 모아 직접 전달하는 것이 지금까지 군내부에서는 관행으로 내려오고 있다. 해군의 경우 최근까지도 함장(대령)이상 주요 지휘관들이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여비」를 제공한다는 것.
◇경조사 이용한 상납=주요 지휘관들이 직계 존비속의 상을 당했을 때 최전방에 있는 참모들까지 특별 외출 형식으로 나와 적지않은 조의금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5공당시 군의 실세중의 한사람이었던 K모 육군중장이 모친상을 당하자 전후방 각지에서 고급 장교들이 몰려들어 당시의 조의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액수였다는 것.
주요 지휘관 생일때 축하모임 명목으로 생일잔치에 참석,순금계급장·행운의 열쇠·골프채·고급양복 티킷 등 고가의 선물을 갖고 가거나 일부 장교들은 생일기념 케이크 상자 등에 현금봉투를 넣어 건네주는 경우도 있다는 것.
예비역 K모 대장(육군)의 경우 지난해 두차례 자녀 결혼식을 치렀는데 모두 1억원이 넘는 축의금이 들어왔다는 소문도 있다.
○수표보다도 현금
◇뇌물은 현금으로=진급과 관련한 뇌물의 경우 반드시 수표가 아닌 현금을 사용한다는 것이 정설.
수표를 사용할 경우 혹시 수표추적 등의 위험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국방부 청사에 있는 모시중은행의 경우 인사철이 되면 1만원권 지폐를 케이크상자에 가득 담아 놓은 사례가 발견되기도.<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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