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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확 달라진 증시 개인투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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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개미’가 달라졌다. 직접 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단타 매매에서 장기 투자로 패턴을 바꿨다. 결과는 만족할 만하다. 외국인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증시의 ‘영원한 패자’라는 닉네임은 과거 일이다. 물론 많은 ‘개미’는 외국인·기관과의 승부에서 백전백패, 백기를 들고 ‘전장’을 떠났다. 개인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말 20.04%에서 2006년 말 17.94%로 감소했다.

 그러나 전장을 지킨 ‘개미’들은 전략을 바꿨다. 이들은 이제 이기는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개미’는 개미가 아니다.

 ◆“주식도 부동산처럼 투자”=오모(37·회사원)씨는 2005년 10월 삼성중공업 주식 1000주를 주당 1만3000원에 샀다. 조선 업황이 좋은 데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있으니 언젠간 상승하리라 믿었다. 3년도 안 돼 네배 가까이 올랐지만 계속 둘 생각이란다.

 이모(69)씨도 7년 전 4만4000원에 산 현대중공업 주식 2400주를 단 한 주도 안 팔고 들고 있다. 수익률이 딱 두 배가 났을 때는 팔까도 생각했지만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니어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10배 가까운 수익을 낸 지금도 그냥 갖고 가겠단다. 이씨는 “워런 버핏이 따로 있느냐”며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면 반드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들이 별난 건 아니다. 개인 투자자의 성향이 바뀌었다. 단타가 줄었다. 2000년 682.61%에 달하던 개인 투자자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지난해 말 351.86%로 떨어졌다. 매매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반면 장기 투자는 대세가 됐다. 과거 지수 500∼1000선을 오가는 박스권 장세에서는 주가가 낮을 때 사서 높을 때 파는 게 유리했다. 그러나 대세 상승장에선 ‘바이 앤 홀드(사서 묻어두기)’ 전략이 더 큰 수익을 낸다. 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등은 3년여간 10배 이상 올랐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2000시대는 단기 차익 실현보다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주식도 부동산처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을 바꾸자 개인들도 증시에서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올 들어 개인이 연간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순매도 수익률을 웃돌았다. 2000년 이후 개인이 사들인 종목이 판 종목보다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투자자 전체로 볼 때 올해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다.

 ◆펀드도 장기 투자해 700% 수익=간접 투자도 장기 투자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26일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주식형’과 ‘디스커버리주식형’의 누적 수익률은 각각 712.44%, 743.92%다. 설정 초기 이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지금은 8000만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게 됐다는 얘기다. 이렇게 펀드에서도 대박이 가능하다는 걸 목격하게 된 개인들은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로 돌아섰다.

2004년 가입한 적립식 펀드의 ‘심리적 만기’(은행의 자동이체 설정기간)가 2007년 닥쳤지만 환매대란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개인들은 펀드를 환매하기는커녕 계속 돈을 더 넣거나 이 펀드에서 환매한 돈을 다시 다른 펀드에 재투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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