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제동 걸어서라도 인사 지역균형 도모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는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7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산업자원부 초청으로 '참여정부의 인사혁신'이란 특강을 했다.

鄭수석이 공무원과 공기업 간부를 상대로 직접 인사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와 공기업 인사의 '칼자루를 쥔' 청와대 인사수석의 발언에 과천 관가의 공무원들과 공기업 임원들의 관심이 집중된 건 당연하다.

이날 특강에 산업자원부 간부들은 물론 산하 기관장과 임원 등 8백여명이 대거 참석하는 바람에 과천청사는 때아닌 주차전쟁을 치를 정도였다.

특강 내내 그는 걸쭉한 호남 사투리를 섞어가며 참여정부가 주도하는 변화에 적극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나는 30여년간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면서 공무원에 대해 불신을 많이 갖고 살았지만 그래도 지난 50년간 우리나라를 지탱해 온 두 기둥은 관료와 기업이다."

공무원들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한 그는 곧바로 공무원들의 잘못된 행태와 부처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는 특히 "산자부 공무원은 자기 부처에 대한 충성도가 지나쳐 권한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부처이기주의가 팽배했다"며 "산자부 국장은 계장(사무관)때부터 업자들에게서 부탁받는 입장에서 (혜택을 보며)살아왔다"고 꼬집었다.

부처 간 국장급 인사교류에 대해서도 鄭수석은 "부처이기주의를 뛰어넘는 '고위 공무원단 1기생'을 뽑아 많은 혜택을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기업 간부의 물갈이 보도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어제 아침 공기업 물갈이에 대한 TV뉴스를 보면서 '인사권은 인사수석이 다 가져갔다'는 농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참여정부의 인사 방침에 대해선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인사인데 언론은 김두관 전 장관과 강금실.이창동 장관을 예로 들며 '끼리끼리 코드인사'라고 지적한다"며 "일만 잘하면 끼리끼리 인사도 좀 하면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호남소외론이 생긴 것은 균형보다 자율성을 너무 강조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자율성에 제동을 걸어서라도 균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盧대통령의 화법과 걸음걸이도 적극 옹호했다. 그는 "盧대통령은 '쉽다'는 말을 할 때 경상도식으로 '절구통에서 새알 찧기'라고 표현한다"며 "대통령답게 문어체로 해야 할 때도 구어체를 쓸 때가 많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가는 큰 길이 옳으면 말이 많든 뒤뚱뒤뚱 걷든 큰 문제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