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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TV|아주 「문화의 벽」허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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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위성방송과 유선방송의 확산으로 아시아 국가·지역간 문화의 벽이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농촌이나 오지까지 도시의 화려한 생활스타일이 깊이 침투하고 있으며 일부 도시지역에서는 이들 방송의 인기프로에 맞추다 보니 식사시간대가 바뀌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0년 처음으로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을 시작한 홍콩의 스타TV는 아시아인들의 유행은 물론이고 의식주·돈씀씀이·사고방식까지 바꿀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속극과 범죄물, 영국BBC방송의 뉴스를 주로 내보내는 이 방송은 이미 한국과 인도·중국·필리핀등 아시아 38개국의 1천2백만 가정에 파고 들었으며 내년에는 2천만가정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도 지난해만 위성방송 수신용 접시형 안테나가 50만개나 팔렸다.
스타TV가 이처럼 폭발적 인기를 얻자 일부국가의 당국자들은 이 방송이 장래 정치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방송 청취자들이 전체 인구에 비해 비록 수적으로는 적긴 하지만 이들이 대부분 교육수준이 높은 중산층이어서 언론통제가 더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인도 아요디야회교사원 파괴로 유혈폭동이 일어났을 때도 인도 국영방송은 회교도와 힌두교도간 유혈충돌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이 위성방송이나 유선방송을 청취한 사람의 입을 통해 사태를 훤히 알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인도정부의 언론통제를 사실로 확인한 시민들은 방송이 종교폭동을 취급하지 않아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인도의 중산층 가정이 가장 즐겨보는 스타TV의 프로는 미국 연속방송극인 『샌타 바버러』와 『용감한 자와 미녀』. 뉴델리에서 교환원으로 일하는 제럴딘 데이비드는 자신을 「스타TV 중독자」라고 표현하고 『연속극을 놓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저녁에 연속극을 보지 못할 때는 다음날 지각을 하더라도 재방송을 꼭 시청한다』고 말했다.
유선방송의 발달로 지금은 도시 빈곤층이나 오지 주민들간에도 위성방송시청이 붐을 이루고 있다. 위성수신용 안테나를 구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이 안테나를 설치해 놓고 주변의 가정과 연결, 매달 약간의 돈을 받고 위성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뉴델리에서는 접시안테나를 설치한 사람이 보 데릭 주연의『볼레로』를 보면서 다른 장면은 고속으로 돌리고 누드장면만 정지시키는 바람에 주변의 가정이 본의 아니게 누드장면을 즐기는 웃지 못할 일이 별어지기도 했다. 현재 5개 채널을 내보내고 있는 스타TV가 오는 95년까지 11개를 추가할 계획이고, 호주출신 언론왕 루퍼트 머독과 미국의 CNN-TV까지 아시아진출을 노리고있어 아시아 각국의 문화적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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