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지상기자의맛고GO!] 파스타가 있는 주부 쉼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부엌이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행복 공간이다. 그렇지만은 않다. 하루 종일 집안일에 시달리는 노동 현장이다. 상당히 상반된 시각이다. 적어도 부엌의 주인인 주부들의 입장에선 그렇다.

 부엌 가까이에 서재가 있다. ‘남편의 발전은 가족의 미래’란 기대로 마련한 남편의 자아 개발을 위한 독립공간이다. 이에 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남편들이 서재에서 책만 보는 건 아니다.

 거부할 수 없는 주택의 틀. 그 안에서 주부들도 자신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한다.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음악을 들으며 편안한 일탈을 즐길 수 있는 곳. 엄마·아내·직장·가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 것이다. 그런 곳을 집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찾는다면 아마 ‘부엌과 서재 사이’쯤에 있지 않을까.

 그런 공간이 집 밖에 등장했다.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 1층에 자리한 ‘부엌과 서재사이(02-593-2735)’. 집 안에서 편안한 일탈과 작은 여유를 꿈꾸던 주부들의 소망을 담은 곳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북 카페가 기본 컨셉트. 벽면이나 칸막이를 책꽂이로 만들고, 여러 종류의 책과 잡지를 꽂아 두었다. 실내 조명은 어두운 듯하지만 책을 읽기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혼자 식사를 하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곳이다.

  부엌에서 만들어 내는 음식은 파스타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요리. 그런데 이 집의 메뉴판은 무척 특이하다. 남편과 아이들을 직장이나 학교에 내보고 거실 바닥에 펼치는 신문을 닮았다. 앞면에 메뉴스페이퍼(menus paper)라고 적힌 게 영자신문으로 착각할 정도다. 더 재미난 건 메뉴신문에 적힌 요리명. 유명 외화의 주인공 이름을 따왔다.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는 꽃등심 스테이크로 재탄생했고, 슈렉의 덩키는 구운 버섯 요리로 변신했다. 음식의 모양이나 맛의 특징을 찾아내 영화 주인공의 이미지에 맞춘 것이란다.

 가격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므로 점심 런치세트(1만4000~2만원)가 경제적이다. 스파게티나 리조토 중에 한 가지를 고르면 채소 샐러드를 함께 내준다. 식사 후에는 커피나 차와 함께 디저트로 수제 쿠키도 준다. 은은한 바질 향에 진하지 않은 크림소스의 맛이 특징인 새우 날치알 크림소스 페투치니가 인기 최고다. 일품요리 중에는 쇠고기 안심스테이크(100g)가 곁들여지는 매콤한 토마토 스파게티니(2만8000원)를 많이 찾는다. 메뉴명은 매트릭스의 트리니티다. 차와 커피는 5000원부터.

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