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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는 경제 대통령이 돼야" 조석래 전경련 회장 발언 미묘한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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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강연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5일 "차기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제주도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경련 여름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미래 한국 비전과 차기 정부 지도자에게 드리는 제언'이란 강연 시간 내내 현 정부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경제 대통령' 발언 이외에도 대선 후보 검증 공방과 관련해 사돈 관계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거드는 듯한 발언을 해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계 수장의 쓴소리에 재계 참석자들은 "그간 (정부에 대해) 꾹꾹 참아온 말을 한 것 같다"며 후련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예민한 각 후보 진영이 즉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지나친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박근혜 후보 측은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 자격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또 정부 말기이긴 하지만 임기가 7개월이나 남은 현 정부가 조 회장의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 정치권.정부에 직격탄=전경련 회장 취임 넉 달을 맞은 그는 "제왕적 정치시대는 갔다. 기업에 투자하라고 명령하면 기업이 다 들어줄 줄 아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자기 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국민을 떠받드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말도 했다. 또 "정치권과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행정하기 쉽게 자신들 편의대로 일을 처리하고 국민을 어린애 취급한다"고 했다.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비방.탈당.합당 등을 보면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특정 집단의 이해에 휘둘리는 듯한 현 정부의 정책 결정 행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가령 최근 불거진 이랜드 사태를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이 불러온 대표적 피해 사례로 꼽았다. 그는 "재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정규직 법안을 강행해 생긴 일"이라며 "소수 정파나 일부 이해집단의 목소리만 듣고 일을 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 '무균으로 자란 사람 있나'=그는 "시골에 땅 좀 샀다고 총리가 못 되느냐"며 "우리의 검증 공방에 대해 외국인들은 '무리다. 그렇게 깨끗하면 제대로 행정을 하겠느냐'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에게 물어보니 '무균으로 자라온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다"며 "(검증 공방을) 졸업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한나라당 대선 검증 공방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특강 직후 전경련은 이례적으로 '강연 내용이 현 정부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만큼 민감한 내용이 적잖고 표현도 직설적이었다. 조 회장은 보통 대외적으로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언론 인터뷰도 자주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 그가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이랜드 사태가 발언 수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잘 아는 기업인들과 학자.연구원들의 의견을 듣고 강연 원고를 손수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예민한 반응 보인 박근혜 후보 진영=조 회장의 발언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 측의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은 "조 회장의 인식(무균 발언)이 어느 정도의 부패는 용인할 수 있다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 단장은 "조 회장은 사회 지도자 집단인 전경련 회장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귀포=표재용 기자

◆ 조석래 회장은=고(故) 조홍제 효성 창업 회장의 장남이다. 일본 와세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공대 대학원 화공과(석사)를 나왔다. 현재 한.미 재계회의 한국 대표, 한.일 경제협회장 등을 맡고 있다. 조현준(39) 사장 등 세 아들에게 효성의 경영을 나눠 맡겼지만 여전히 굵직한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긴다. 동생인 조양래(70)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현범(한국타이어 부사장)씨가 이명박 대선 후보의 셋째 사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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