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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늪 허덕이는 세계 마라톤 기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세계마라톤이 5년째 기록정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자마라톤은 85년 아메드살레(지부티)가 처음 2시간7분7초로 7분대에 진입한 후 87년만 다소 주춤했을 뿐 88년4월에는 벨라이네 덴시모(에티오피아)가 2시간6분50초로 세계최고기록을 경신하는 등 기록단축의 절정을 이루었으나 88년 중반부터 제동이 걸린 채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
85년이후(87년 제외) 해마다 3명 이상의 선수가 2시간7분대를 마크했던 세계마라톤은 88년이후 현재까지 한 명의 선수도 2시간8분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89년 뉴욕마라톤에서 우승한 주마 이캉가(탄자니아)가 2시간8분1초를 기록했을 뿐 웬만한 국제대회에서도 2시간8분대 후반이나 9∼10분대에서 우승자가 결정되는 등 퇴보세가 역력하다.
특히 지난 20일로 끝난 올시즌 상반기 마라톤 결과를 놓고 볼 때 기록침체는 더욱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올 시즌 오픈 국제마라톤대회인 일본의 벳푸(별부) 대회(2월)는 카스티요(멕시코)가 2시간13분4초의 저조한 기록으로 우승했으며, 런던대회에서는 2시간10분50초를 기록한 에먼 마틴(영국) 이 1위를 차지했다.
또 평탄한 코스에서 「기록의 산실」로 불리는 로테르담대회는 세론(멕시코)이 2시간11분6초로 우승했으며, 보스턴마라톤(이상 4월)은 케냐의 엔데티가 2시간9분33초로 월계관을 썼다. 모두 부진한 기록들이다.
이점에서는 여자쪽도 마찬가지.
85년 노르웨이의 철녀 잉그리드 크리스티안센이 2시간21분6초로 우승한 이후 2시간25분대의 기록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80년대를 풍미했던 흑인중심의 톱마라토너들이 연령적으로 이미 한계에 달해 기록을 내기 어려운데다 이들을 받쳐줄 신예들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올림픽 중장거리부문을 석권하는 케냐·탄자니아·모로코 등 아프리카세가 대부분 힘든 마라톤을 피해 손쉬우면서도 상금이 많이 걸린 국제 크로스컨트리대회에 치중하는 것도 마라톤 부진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 중장거리 스타들의 잠재력을 마라톤에 연결시키는 지도력의 결여도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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