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사범 수배 사실상 해제/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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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재야 70명·운동권 90명 등 200여명/자진출두하면 최대한 관용/국민당 이병규씨­방북 성군·박양도/황석영씨 여권발급… 귀국 허용키로
시국관련 공안수배사범 전원에 대한 사실상의 수배해제조치가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달 6일 대사면·복권 및 시국관련 제적학생들의 복교조치에 이어 재야·학생·노동운동권의 수배·사전영장 발부자들에 대한 수배를 사실상 해제하고 자진출두를 유도,이들에 대해선 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관용키로 결정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시국관련 공안수배사범 2백여명과 이중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38명의 수배해제뒤 처리방안에 대한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수배자는 재야 70여명,학생 90여명,노동계 50여명,양심선언 군인 10여명 등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사전구속영장 발부자는 영장 유효기간(통상 1개월)이 끝나는 날 영장을 반환,재청구하지 않아 사실상 수배를 해제하고 나머지 일반 수배자들도 자수를 권유한다는 방침』이라며 『자진출두할 경우 법이 허용하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관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자수하지 않는 수배자는 계속 추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91년 6월 명지대생 강경대군 장례시위와 관련,수배중이던 윤영규 전 전교조위원장의 사전구속영장 기간이 지난달 31일 만료된뒤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으며 범민련대표 김희선,전농의장 권종대,전민련사무처장 김선택씨 등에 대해서도 영장기간이 만료되는대로 재청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검찰은 사전영장이 해제된 윤씨가 자수할 경우 불구속입건하고 최대한 관용키로 했다.
검찰관계자는 『과거의 위법사실을 모두 없던 일로 한다는 것은 혁명이 일어나 국가체제가 전복되기전에는 불가능한 일이며 이미 처벌받은 사람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따라서 이번 수배해제조치가 자진출두하면 무조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며 대화합 정신에 따라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관용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현대중공업 비자금과 관련해 사전영장이 발부된 이병규 전 국민당대표특보,북한을 방문했던 대학생 성용승군·박성희양,황석영씨 등과 사노맹관련자 등 현행법상 대안이 없는 일부에 대해선 구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이들도 자수할 경우 최소한의 처벌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귀국의사를 밝힌 황씨(미국 체류중)에 대해서도 여권을 발부,귀국을 허용키로 했다.
검찰의 이같은 수배해제 방침에 대해 재야·학생·노동운동 단체들은 대대적인 환영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며 이달안으로 관련 수배자중 상당수가 자진출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수립이후 첫 조치/수배·구속 악순환 차단(해설)
정부의 시국관련 공안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수배해제조치는 과거 정권아래서 빚어졌던 모든 갈등과 시비를 덮고 새출발하겠다는 문민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표현한 것으로 정부수립후 처음있는 일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사범까지 포함한 이번 조치는 이같은 사범들이 결국 과거의 잘못된 정치로 인해 파생됐음을 인정하고 새 정부아래선 더이상 수배·구속·시국사범 양산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수배자중 국가체제를 전복시키려는 좌경사범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시국관련이란 명목만 달면 법을 어겨도 괜찮다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요구강도가 높아 결국 실정법상 처벌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합차원에서 최대한 관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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