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귀국 개인전 재덴마크 화가 조 성 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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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30년전 한국을 떠났던 미술학도가 한사람의 어엿한 화가로 성장해 어떻게 작업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렙니다.』
경기여고 51회 동창회 주선으로 20∼30일 갤러리 현대에서 첫 일시귀국전을 갖는 재덴마크 서양화가 조성자씨(50)는『옛친구들의 변함없는 애정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심정』이라며 고마워했다.
스스로를 가리켜「보헤미안」이라고 부를 정도로 떠돌이 생활(?)을 하며 고독에 이골이 난 그인만큼 고교졸업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전시회를 열게해준 동창들의 우정이 더욱 값지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젓은 64년 이화여대 1학년을 갓마치고나서다. 한때 히피, 여피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뉴욕주립대·보스턴대 조교수생활을 81년 청산하고 83년 덴마크로 건너가 코펜하겐에 머무르며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네번째 개인전. 고국에서의 첫전시회임을 감안해 76년부터 근래의 작업까지 모두 37점을 선보인다. 여성의 자유를 주된 작업 개념으로 해 모더니즘양식의 추상화로 표현해낸 그의 작품들은 생명력이 넘치는 역동적 화면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비행기 몸체에 쓰이는 강철판을 하판으로 삼는 대형 부조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수송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이번 전시회에 가져오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한다.
재료비를 대느라 식사도 라면으로 때울 정도로 어려움이 많지만 작업을 통해 얻는 희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가냘픈체구의 이「만년소녀」는 『오는 5월 코펜하겐에서도 한달간 전시회를 갖게돼 올해는 아주 행복한 해』라며 활싹 웃는다.
조씨는 덴마크인 남편과의 사이에 1남(8세)을 두고있다.<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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