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대선 '유튜브 혁명'… 전문가 대신 네티즌이 토론회 질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민주당이 23일 노스캐롤리나주 찰스턴에서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공식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공동 주관사인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와 CNN이 생중계했다.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들이 네티즌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찰스턴 AP=연합뉴스]

2008년 대선 후보를 노리는 미국 민주당의 첫 대선 예비 후보 공식 토론회가 2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유권자들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 대선 주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담은 메시지를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AP통신을 비롯한 미 언론들은 "1960년 첫 TV 대선 토론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전문가나 언론인 대신 일반인이 질문권을 장악한 역사적 토론"이라며 "정보기술(IT) 혁명이 대선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 선두 힐러리와 다른 후보들의 각축=토론회를 주관한 CNN은 3000여 미국인이 이라크전.의료보험.교육.인종문제.동성결혼을 비롯한 여러 쟁점에 대해 보낸 질문 중 39개를 뽑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등 8명의 대선 주자에게 던졌다. 이들은 짧은 답변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선두를 달리는 힐러리 의원을 오바마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이 집중 공격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데니스 쿠치니치(오하이오) 하원의원은 "나는 '거짓말'에 근거한 전쟁(이라크전)에 미국인을 결코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했던 힐러리를 간접 공격했다. 오바마도 "나는 처음부터 이라크전에 반대했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군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힐러리는 "민주당은 미군 철군 시한을 정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으나 부시 행정부로부터 답을 얻지 못했다"며 공화당 정권에 책임을 돌렸다.

◆ 오바마, 북한 놓고 힐러리 공격=오바마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쿠바와 대화를 거부해 온 건 어리석은 짓"이라며 이들 국가와 대화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힐러리를 간접 공격했다. 오바마는 "로널드 레이건과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대화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힐러리는 "최상의 방법이 뭔지 알기 전에 우리 대통령에게 우고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나 피델 카스트로(쿠바 지도자)를 만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들 국가 지도자들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들을 직접 만나는 대신) 고위급 대통령 특사를 활용하겠다"고 반박했다.

◆ 첫 유튜브 토론 승자는=CNN 정치평론가 빌 슈나이더 등 전문가 3인은 토론회 직후 "힐러리가 힘 있는 인상과 유머 감각 넘치는 답변으로 선두를 지켰다"며 "오바마와 다른 후보들은 힐러리를 압도할 주장을 펴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오바마가 지금까지 보여 준 것보다 경륜을 갖춘 후보임을 입증했다"며 이번 토론으로 그의 선거운동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ABC방송과 워싱턴 포스트가 민주당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힐러리는 지지율 45%로 1위를 계속 유지했다. 오바마(30%)와 에드워즈(12%)가 뒤를 이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