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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지휘봉 밤잠 설쳐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73년 사라예보세계탁구 제패의 주역 이에리사씨(40)가 창단을 신청한 현대 백화점의 여자팀감독으로 내정, 「최고선수=최고감독」일까에 대한 탁구팬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탁구보다 더 좋은남성을 아직 못만났다」는 활짝 웃음으로 불혹의 나이를 잊고 아직도 소녀다운 수줍음과 미소를 간직한 이에리사씨. 오랜만에 팀을 맡아 탁구일선에서 팬들에게 선보이게 될 흥분과 긴장, 걱정등으로 마치 20년전 타도중국의 선봉장에 나섰던 선수시절처럼 방잠까지 설친다는 이씨를 「스포츠 초대석」에 초대했다.
코치(83∼85년)와 감독(87∼88년) 으로 여자대표팀을 맡았던 외에 일반팀으로서는 이번이 몇번째입니까.
▲벌써 네번째가 되는군요. 78년 은퇴후 1년동안 소속팀 서울신탁은행의 트레이너, 내년과 82년 동아건설팀 코치, 그리고 85년에 경희대 감독을 맡았었죠.
-많은 남자감독들을 제치고 신임감독으로 내정된데는 선수시절의 유명세도 한몫 했으리라는 얘기가 많은데요.
▲글쎄요(웃음). 그것보다 현재 제가 어느 팀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창단 준비작업중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유망주 확보지요. 이미 기존팀들이 기대주가 몸담은 학교와 오래 전부터 연고관계를 맺는등 공을 들여왔기에 이름이 제법 알려진 선수를 뽑기 위해선 이들 기존팀의 양해를 얻어야할텐데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실업팀의 총사령탑인 감독직은 이번이 처음이라 나름대로 기대도 클텐데요.
▲여러 고교에 흩어져있던 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드는 것인만큼 첫째 응집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 이를 최대한 발전시키는 쪽으로 지도해 2년내 4강 진출에 이어 3년째엔 우승까지도 넘볼 욕심입니다.
-선수시절 워낙 유명해 이것이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는지요.
▲선수시절엔 오직 나를 위해 열심히만 하면 그것이 곧 전체 발전으로 연결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감독등 지도자 자격의 첫번째 조건은 나를 의식하지 않아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팀 성적을 자신의 개인적인 영예와 결부시켜선 안된다는 것이지요.
-현재 명지대학교에서 박사과정(체육학)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독직과 병행이 가능합니까.
▲지금 박사과정 2학기입니다. 팀이 창단돼도 내년 시즌부터 출전하기 때문에 올해안에 3학기까지 마칠수 있을 것으로 봐요. 마지막 4학기는 당분간 보류해서라도 일단 감독직에 충실할 계획입니다.
-지난번 북측과 단일팀을 구성, 여자팀이 세계 제패까지 일궈냈던 제42회 세계선수권대회 ( 5월11∼23일·스웨덴 ) 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양영자(제일모직 출신)이후 한국 여자탁구의 명성을 유지해주었던 현정하 홍차옥(이상 한국화장품)이 이제 연령이나 시기면에서 볼 때 하강세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로 세계대회에서 획기적인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결국 현·홍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이제껏 쌓아온 영예를 지켜주길 바라요.
-오랫동안 독신을 고집, 배우자 선택이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항간엔 무성합니다.
▲아직까지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결혼생활을 함께 꾸려갈 자신이 서지않아요. 특히 능력있는 많은남자 코치분들께 지지 않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라 결혼 욕심이 더 커지면 독신생활을 청산하겠지요 (웃음). <류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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