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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이 사라지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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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낡은 단독주택이 몰려 있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178 일대. 4만여㎡에 어지럽게 들어서 있던 110여 개 동의 단독주택·다세대주택 등이 철거된 뒤 아파트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는 다음달 공사가 시작돼 2009년 10~15층 9개 동의 아파트 단지(79~208㎡ 496가구)가 들어선다.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았다.

 50여만㎡의 서리풀공원을 끼고 있어 주거환경이 쾌적한 방배동 지역이 아파트 밀집촌으로 바뀌고 있다. 단독주택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예정지인 10개 구역(37만㎡)에서 재건축사업이 모두 끝나면 5000가구 정도의 아파트가 들어선다. 방배동 대림공인 백영수 사장은 “내방역 등 지하철 2개 역을 이용할 수 있고, 주변에 이름난 학교들이 있어 인기 있는 주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가에 재건축 훈풍이 분다. 지난해 3월 서울시의 재건축 기본계획에 포함돼 재건축 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이 적극 사업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에 비해 규제가 덜해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는다. 하지만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각종 규제가 놓여 있어 사전에 투자 여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파트에 비해 규제가 덜한 단독주택 재건축이 활발하다. 사진은 최근 현대건설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동작구 동작동 정금마을 일대.

 ◆단독주택지 21곳 재건축 확정=서울시내에 재건축이 가능한 단독주택 지역은 250곳. 이 중 21곳이 공식적으로 재건축구역 지정을 받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방배동 178 일대는 첫 단독주택 재건축 착공지역. 방배동 427의 1 일대 등 네 곳이 사업승인을 받았다. 이들 지역은 시공사를 선정하며 착공 전 마지막 단계인 관리처분(재건축사업계획 최종 확정)을 서두른다.

 동작구 동작동 58의 1 일대 정금마을이 현대힐스테이트 단지로 바뀐다. 조합은 최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결정했다. 4만8000여㎡에 최고 15층 76~165㎡의 679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구역 지정에 앞선 추진위 구성도 잇따른다. 정릉동 150 일대 등 성북구 5곳과 서대문구 6곳 등에서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구청의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로 등 기반시설 여건이 괜찮아 재개발할 수 없던 단독주택 밀집지역에 재건축 길이 열리자 주민들이 재건축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문턱도 아파트보다 낮은 편이다. 노후도 요건(지은 지 20년 이상인 건물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 등)만 맞으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 있다. 대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 연면적 비율인 용적률 제한도 덜하다. 재건축 용적률이 200% 정도로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단독주택이어서 기존 용적률이 대개 100%로 낮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민들이 비용을 들여 세우던 개발 계획을 앞으로는 자치단체가 대신 수립할 예정이어서 초기 자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부동산시장 침체로 가격이 들썩이지는 않지만 사업 속도가 빠른 일부 지역에선 많이 올랐다. 방배동 178 일대의 조합원 입주권은 ㎡당 1000만~1100만원대로 지난해 12월 관리처분 때의 분양가(㎡당 660만~750만원)보다 50%가량 급등했다.

 ◆조합 설립 이후엔 거래 안 돼=아파트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거래·부담금 등의 규제를 받는다. 조합 설립 이후에는 조합원 명의를 변경하지 못한다. 조합이 설립되면 입주까지 팔거나 사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하려면 조합 설립 이전에 해야 한다.

 재건축추진위 구성 이후 입주까지 오른 집값의 일부를 국가에 부담금으로 내는 초과이익환수제를 감안해야 한다. 부담금은 입주 후 현금으로 낸다. 강남권에선 수천만원으로 예상된다.

 9월 확대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일반분양분 분양가 규제)를 피하는 구역의 사업성이 낫다.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분양 수입이 줄어 조합원 추가 부담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업승인과 관리처분을 각각 9월과 12월 이전에 신청해야 상한제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발표된 기본계획 때 사업 시기가 1단계로 분류된 지역의 사업이 빠르다. 2단계 지역은 2008년 이후 사업할 수 있다.

 큰 평형을 배정받으려면 감정평가 금액이 많이 나올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 아파트 평형은 기존 자산가치 순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대지(다세대의 경우 지분)가 넓거나 도로변인 건물이 비싸게 평가받는다.

 서울시는 올해 단독주택 재건축 예정지를 추가로 정하려다 연기했기 때문에 추가 예정지 후보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노후도 등에 따라 예정지 지정에서 제외되거나 지정되더라도 사업이 상당 기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J&K 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규제가 많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기는 불안하다”며 “교통·교육 등 입지 여건이 투자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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