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본고사”치르는 교육부/주목되는 오 장관의 “답안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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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정부패 척결·제도개선 등 「난이도」높아/“대학별 본고사 가급적 폐지 희망”재천명
교육부가 16일 오병문장관의 교육개혁 담화발표와 사상 유례없는 고위간부 20명의 싹쓸이 인사로 시험대에 올랐다. 「개혁이냐 좌절이냐」의 기로에서 일단 위기탈출을 위한 전기를 맞은 것이다.
잇단 비리유착 위혹제기로 만신창이가 된 작금의 사태를 볼때 오 장관을 포함한 수뇌부의 결연한 의지표명이 과연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지 아직은 의문이다.
간부들의 자리바꿈 등 외형적인 변화로 수십년 고질화된 병폐가 하루아침에 도려내지리라고 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오 장관이 담화를 통해 천명한 「개혁과업」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문제의 대학입시 부정 등 교육계 부조리 척결 및 사회적 부작용을 덜기위한 제도개선이고,둘째는 거듭나기를 위한 교육부 내부의 체질개선이다.
여기에 학부모를 포함한 국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과외바람 등 각종 부작용을 빚고있는 대학별 본고사에 대해 「가급적 폐지희망」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또 다시 표시했다.
교육부의 기본입장은 수학능력시험이 학력고사와는 달리 입시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것이니만큼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2,3류대학 취급을 받을 수 없다」는 체면 때문에 본고사를 강행하려는 대학들에 취소결정을 할 수 있는 언덕을 거듭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와함께 내부개혁의 첫 신호로 소위 「정부수립 이후 전행정부처를 통틀어 처음인」국장급간부 전원의 교체인사가 단행됐다.
또 시대에 맞는 직제개편과 교육전문직의 등용확대도 천명했다.
「시대는 바뀌어도 교육부는 제자리」란 지적에 일단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선언직후 단행된 인사에서조차 교육전문직의 기용이 빠진 것은 스스로 모순을 범한 것으로 지적된다.
전체적으로 평균연령이 낮아졌을뿐 「그사람이 그사람」이란 얘기도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개인능력·개혁의지·청렴도·참신성·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인재위주 발탁』이란 거창한 배경설명에 『태산명근서필이라더니…』란 반론이 잇따라 「이상적인 인사」는 아니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새로 기용된 간부들이 앞으로 짊어져야 할 부담들이다.
이와함께 현실에 맞는 직제개편도 차제에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게 교육부 내부뿐 아니라 일선 교육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부 관계자들의 정신자세다.
비리유착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교육부에 몸담고 있다는게 부끄럽다』며 스스로 불평불만 대열에 들어섰던 상당수 간부·직원들의 의식전환 없인 「개혁」이란 한낱 선언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교육부는 지금 몇시인가』라는 작금의 불신은 결국 장관의 말대로 「전직원의 뼈를 깎는 고통」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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