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물 공급 식수, 생활용수 분리 했으면-윤채혁·국립농업자재검사소 농약잔류검사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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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물도 여러 종류가 있어 좋은 물과 해로운 물이 있다.
예부터 물 좋은 곳에서 인물이 나고 장수한다고 하여 물이 좋은 곳에 사람이 많이 모여 살았다.
요즈음은 산업사회가 됨에 따라 도시에 인구가 너무 많이 집중되고, 공업화 되어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의 과다한 발생이물을 오염시켜 식수마저 마음놓고 마실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많은 돈을 들인 수도물이 식용수로서의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 식용수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플래스틱 물통을 들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행렬이 점점 늘고 식용수 판매업도 점점 번창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국 평균 한 사람이 하루에 3백76l(91년기준)의 수도물을 소비하고 있다. 이 엄청난 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국가예산을 소비하고 있는가. 사람이 하루에 먹는 물은 음식물에 함유된 수분까지 포함하여 2l면 된다고 하는데 과연 나머지 3백74l의 수도물은 어떻게 쓰고 있는가.
세탁·목욕·청소·수세식 화장실 등 생활용수와 가로수 화초 등을 재배하는 식물 재배용, 심지어 방화수·건축공사와 도시주변 공장에서 쓰는 공업용수로도 사용한다. 그러나 식용수로 정수한 수도물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하여 엄청난 국가예산을 소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식용수와 일반생활용수를 분리, 이원화하는 방향으로 상수도 공급시설과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구체적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용수는 지하수 개발이나 청정지역에 저수지를 확보하여 공급하면 된다. 정수의 필요성도 거의 없고 수도꼭지에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이다. 문제는 시설비와 공급 수량인데 시설은 신도시와 낡은 수도관 교체지역부터 연차적으로 할 경우 20년이면 설치가 완료될 것이고, 물의 양은 지하수(2백∼3백m지중)를 여러 곳에 개발하고 부족분은 산중에 청정저수지를 만들면 될 것이다.
인구 1백만의 도시라면 하루1천5백l(식품중의 수분 제외)의 음용수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처럼 지하수가 좋은 곳도 드물기에 양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둘째, 일반 상수도는 취수장을 상류로 옮겨 원수를 좋은 것으로 쓰면 여과만 하여도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정수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일반 상수도의 물값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수도 보호구역 축소로 많은 국토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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