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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예비군제의 조건(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방부는 국방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기초로 하여 상근예비군제도를 검토중이라고 한다. 6주간의 정규 신병훈련과 1년간의 현역복무를 마친 다음 조기전역시켜 상설예비군 부대로 편성하여 자기집에서 출퇴근하며 근무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현재의 방위병 근무형태와 현역병의 실제기능을 절충한 병역제도다. 이 상근예비군제는 오늘의 국방현실에서 볼때 그런대로 참신하고도 현실성 있는 발상으로 보인다.
현재의 주변정세나 한반도 사정으로 볼때 전쟁발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가상적으로 되어있는 북한이 6·25때의 집권자가 건재하면서 대남적화전략을 포기하지 않은채 1백만 대군을 유지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우리로서는 이에 대응할만한 방어능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노동력 부족과 국가차원의 보다 효율적인 군대운용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는 다수의 노동적령인구와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는 군의 변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어 왔다. 이처럼 전투력의 지속적인 유지와 군대의 감량경영의 필요라는 미묘한 이중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안보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방어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병력규모와 국방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으로는 장비현대화와 병행하여 병력규모를 축소함으로써 군사비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상근예비군제도는 현역병 규모를 줄이면서도 전투력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유효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방당국의 계산으로는 상근예비군제가 실시되면 현역병을 20만명정도 줄일 수 있어 약간 3천억원의 비용을 장비현대화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희망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상근예비군제도의 채택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근예비군을 관리할 새 부대의 창설과 운영이다. 국방부는 기존 3군의 작전사령부(군사령부)와 동급인 「동원사령부」를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예하체계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런 부대의 새로운 편성도 어려운 일이지만 예비군부대의 전력수준유지,예비군부대와 현역부대와의 관계,예비군부대의 전시 기능 등도 과학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상근예비군제로 국가예산은 절감될지 모르나 그대신 해당 가정의 가계가 그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한 국민경제의 부담총액은 오히려 그로 인해 절감되는 군사예산액을 상회할게 분명하다.
상근예비군제도는 현실성이 있는 발상이긴 하나 우리에겐 생소하고 또한 많은 문제가 따르는 제도다. 그러므로 시행에 앞서 철저한 연구와 치밀한 계획이 선행되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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