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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걸맞는 일 역할촉구/미­일 정상 왜 만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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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클린턴,무역불균형 해소 강경입장/「국제파」궁택총리 외교역량 시험대/아·태 안전보장 문제도 협의할듯
16일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빌 클린턴 정권등장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다.
일본은 이 상견례에 과거 양국 정상회담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화상대가 변한데다 러시아 지원 및 미·일 무역불균형 해소가 최대 과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열리는 회담이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철회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안전보장 문제도 협의한다.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총리는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이번 회담이 큰 의미가 있다. 오는 7월 동경에서 열리는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의 의장을 맡게된 그로서는 미국의 도움을 얻어 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다. 그래야만 「역시 외교의 미야자와」라는 소리를 들어 올 가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재선을 노릴 수가 있다.
미야자와총리가 만나는 클린턴대통령은 지금까지 일본이 상대한 공화당 정권과는 다르다.
민주당 출신 클린턴대통령의 최대 관심은 미국 경제재건이다. 그는 미국의 정치·군사적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증세와 세출억제 등으로 재정·무역적자를 줄여 경제력을 회복시키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일본에 이에 상응한 요구를 하고있다. 즉 미국도 노력할테니 일본도 경제력에 걸맞은 책임을 담당하라는 것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전후세대로 과거 경제·안보 등 모든 면에서 미국에 의존해온 「응석받이」일본은 모른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일본 밖에 알지못한다. 따라서 일본에 「관용」을 베풀 생각이 없다. 미야자와총리로서는 아주 힘겨운 상대를 만난 것이다.
또 일본으로서는 아주 귀찮은 상대인 러시아 지원문제가 최대의 과제가 되고있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열린다.
클린턴대통령은 밴쿠버 미·러시아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G­7 의장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으로선 러시아를 도울 여력이 없다. 미국은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대통령은 일본에게 보다 더 적극적인 러시아 지원을 요구할 것이 틀림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이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어떤 요구를 해올 것이냐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 8백43억달러 가운데 58%가 대일무역적자다.
클린턴대통령은 일본에 시장개방을 요구하며 공정한 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클린턴 정권내에서는 숫자를 명시해 무역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흑자를 언제까지 얼만큼 줄이라고 명시하는 것으로 완전한 관리무역(Managed Trade)이다.
기본적으로 국제파이자 호헌파인 미야자와 총리로서는 미국에 우호적이며 미국을 돕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의도대로 일본을 끌어갈 힘이 없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이 얼마나 일본을 몰아붙이고 미야자와총리가 이에 얼마나 양보할지가 주목거리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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