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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학원강사 '학력 뻥튀기'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경찰이 사설학원 강사들의 '학력 검증'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경찰서 고병천 수사과장은 23일 "6월 중순 강남.서초.송파구 일대 학원가에서 학위를 돈으로 사거나 위조해 유명대 졸업 및 석.박사 학위 소지자로 둔갑하는 사례가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며 "이 지역 학원강사들의 학력에 대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료 확보를 위해 서울 강남.강동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달 중순 교육청으로부터 학위 위조가 의심되는 학원 강사 3000여 명의 학위 자료를 넘겨 받아 집중 조사 중이다. 대상 학원은 예체능 실기학원을 제외한 각종 외국어.보습 학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 강사는 처음 취업할 때 학원에 자신의 최종학력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학원은 사본을 보관하고 원본은 해당 교육청에 제출한다. 하지만 교육청은 신고된 학위의 진위는 확인하지 않는다. 규정상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만 있으면 강사 취업엔 제한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위조한 것이 국립대 학위라면 공무서 위조.행사 혐의, 사립대나 외국대 학위라면 사문서 위조.행사에 각각 해당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검증이 용이한 국내 대학 학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뒤 이후 외국 학교로 확대할 방침이다.

◆학위 검증의 사각지대 학원가=학원가의 학위 위조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올해 3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졸업증명서 등 학력을 명문대 출신으로 속인 뒤 학원을 경영하거나 강사로 일해온 현직 강사 25명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 중에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국어와 논술로 이름을 날리다 대형 입시학원 경영자가 된 이모(40)씨도 포함됐다. 이씨는 ' D대학 일문과 4학년 중퇴'인 최종 학력을 숨기고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행세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요즘 뜨는 학위 위조의 통로로 인터넷을 꼽는다. 구글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가짜 학위 발급 사이트는 10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대개 50~300달러면 원하는 대학의 학.석.박사 졸업장과 성적증명서를 위조해 준다. 심지어 어떤 업체가 얼마나 위조를 잘하는지를 평가하는 사이트도 있다.

천인성.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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