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패망선의 맥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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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2국 하이라이트6>
○ . 이창호 9단(왕 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장면도(128~142)=훌쩍 건너뛰어 128부터 본다. 그동안 흑은 하변 타개에 성공하며 단숨에 형세를 뒤집었다. 이창호 9단의 공격이 크게 실패한 것이다. 128은 반상 최대의 곳이지만 이곳을 끊어 잡는 이 9단의 손길은 무겁기만 하다.

129의 선수는 타개 성공의 부산물. A로 막는 부수입도 남아 기분이 상쾌하다. 백은 분명 리드하고 있었고 공격권마저 쥐고 있었으나 공격이 끝나는 순간 주도권이 흑 쪽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바둑에서도 뭔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언제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이고 특히 공격은 실패의 파장이 크게 나타난다. 이제 흑은 반면 9집이나 10집 정도를 앞서고 있다. 덤을 내고도 2집반이나 3집반을 이기는 형세다.

이 장면에서 윤준상 6단은 131과 133의 멋진(?) 콤비 블로를 터뜨렸다. 귀의 백을 압박하며 동시에 흑▲ 한 점을 살리는 수. 승부에 쐐기를 박으려는 양수겸장의 묘계다. 하나 윤준상 6단은 한 가지를 놓쳤다.

138로 1선에서 들여다보는 수가 있었다(흑B엔 언제나 C로 막는다). 윤 6단은 이 수를 깜박했다. 그가 기대한 것은 '참고도1'. 백은 두 눈을 내고 겨우 살게 되고 바둑도 끝난다. 133으로는 '참고도2'처럼 쉽게 두어야 했고 이랬으면 흑의 우세는 그대로 유지되었을 것이다. 쓰러질 듯하던 이창호 9단이 138의 맥점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게 길고 긴 반 집 승부의 전주곡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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